中 외교부 브리핑 “안보리 승인없는 불법적 일방 제재에 반대”
러 외무장관 “봉쇄에 맞서는 베네수엘라 전폭적 지지”
중·러, 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때처럼 ‘립 서비스’에 그칠 수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이 불법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서 마약 선박 공격에 이어 베네수엘라의 유조선 나포가 잇따르자 중국과 러시아가 비난하며 지지에 나섰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타국 선박 나포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린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도 없는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에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위배되고 타국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는 모든 행위, 그리고 모든 일방적인 압박에 반대한다”며 “베네수엘라는 다른 국가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 구매국이며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종종 중개업체를 통해 노후 유조선으로 운송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유조선 봉쇄에 맞서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과 길 장관의 통화에 대해 “양국 장관은 카리브해에서 미국의 행동이 격화하면서 해당 지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국제 해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베네수엘라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3일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고조되는 위기를 논의할 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유조선 봉쇄령을 내린데 이어 석유 수출 선박 나포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미 해안경비대는 10일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스키퍼’, 20일에는 파나마 국적 유조선 ‘센츄리스’를 잇따라 나포한 데 이어 세 번째 ‘벨라 1’ 유조선을 나포하기 위해 추적 중이다.
미국이 제럴드 R. 포드 항모 전단까지 카리브해에 배치하고 지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공해상 마약선 공격에 이어 유조선 나포까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불법 행위’라며 비난하며 베네수엘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실력 행사를 막기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군사적 지원은 하지 않고 경제적 이득은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육군 전쟁대학 라틴 아메리카 연구 교수인 에반 엘리스는 4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괴롭힘을 비난하겠지만 중국은 마두로를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스 교수는 “중국은 오랫동안 해외 군사 지원 제공은 피했으며 특정 정권 유지보다 영향력을 우선시했다”고 말했다.
엘리스 교수는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고 대규모 공습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지만 공습을 막기 위해 나서지는 않아 ‘립서비스’만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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