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열고 전선 싹쓸이…구리값 급등에 美 도시 조명·통신 마비

기사등록 2025/12/23 11:07:36

美 구리 가격, 올해만 30% 이상 올라…구리 전선 절도 급증

전화선 끊기고 가로등 꺼져…공공 인프라까지 위협

로스앤젤레스, 월드컵·올림픽 앞두고 인프라 관리 '비상'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22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도로와 교량의 조명이 꺼지고 911 긴급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며, 전선 교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공공요금이 오르는 등 구리값 상승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여파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7월 1일(현지 시간) 식스 스트리트 브리지. 2025.12.23.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구리 가격 급등으로 미국 전역에서 대담한 구리 전선 절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지붕 위로 올라가 전화선을 자르거나 대낮에 맨홀을 열어 구리 전선을 뜯어내는 식이다.

22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도로와 교량의 조명이 꺼지고 911 긴급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며, 전선 교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공공요금이 오르는 등 구리값 상승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여파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통신·인터넷 업계 단체인 NCTA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미국 전역에서 국내 통신망을 겨냥한 공격이 1만5000건을 넘었고, 구리 절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95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구리 가격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급증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 우려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내 구리 가격은 올해만 30% 이상 올랐다.

CNN은 미국 내 구리 전선 절도 범죄의 주요 발생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는 올여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고 있지만, 도시 곳곳에서는 기본적인 조명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시와 유틸리티 기업들은 매년 수백만 달러를 들여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

2022년 건설한 식스 스트리트 브리지는 길이 약 3500피트의 로스앤젤레스 랜드마크로, 밤이면 LED 조명이 색을 바꾸며 빛나지만, 절도범들이 약 3만8000피트에 달하는 구리 전선을 훔쳐가면서 250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가로등 정전은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시 가로등국에 따르면 절도와 기물 파손으로 인한 정전은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10배로 늘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셰리프국(LASD)의 한 형사는 "이런 일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일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매일 발생한다"며 "구리 가격 상승이 절도의 직접적인 동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도범들은 훔친 구리로 수백 달러를 벌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복구 비용은 수천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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