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제한 사례 사실상 전무
민간기업 과반·대기업 쏠림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최근 6년간 국회 공직자 퇴직자에 대한 취업심사 신청 건수의 97% 이상이 '취업 가능'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국회 퇴직자 취업심사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회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기업 계열사가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회 공직자 퇴직 후 취업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 제한 기관이 아닌 취업 승인 발급처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등은 국회사무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6년간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사무처 소속 공직자 등의 취업심사 신청 438건을 전수 분석했다.
분석 결과, 취업제한 여부 확인을 신청한 405건 중 394건(97.28%)이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취업승인 심사를 신청한 33건 역시 모두 승인돼, 전체 심사 대상 가운데 취업이 제한된 사례는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들의 취업처는 민간기업이 54.57%(239건)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삼성·현대·SK·LG 등 대기업 재벌 계열사가 126건(28.77%)으로 가장 많았고, 중견·중소 일반 민간기업이 113건(25.80%)으로 뒤를 이었다. 공공부문은 78건(17.81%), 로펌 등 전문서비스 법인은 61건(13.93%)으로 조사됐다.
재벌 계열사를 포함해 대기업·중견기업 계열사 취업 가능 또는 승인 사례 130건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국회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계열사는 쿠팡(16건)이었으며, LG 계열(11건), SK 계열(10건), 삼성 계열(9건), KT 계열(8건), 현대 계열(5건) 순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이러한 취업 행태가 입법·예산·국정감사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국회 공직자의 영향력이 민간 영역으로 이전되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 제한을 받더라도 예외 승인 절차를 통해 모두 통과되는 구조"라며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입법 활동과 상임위 소관을 중심으로 한 심사 기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 입법·예산·감사 활동을 반영한 직무 관련성 심사 강화 ▲보좌진에 대한 심사 기준을 부서 단위에서 기관 단위로 확대 ▲취업 승인 사유와 심사 결과의 구체적 공개 의무화를 국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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