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트럼프 보수 뉴욕 대주교, 개혁 성향 주교로 교체

기사등록 2025/12/19 08:35:27 최종수정 2025/12/19 08:54:24

레오 14세 교황과 같은 시카고 출신

주교에서 추기경급 대주교로 발탁

"이민 정책 비판 성명 자랑스럽다"

[서울=뉴시스]레오 14세 교황과 동향인 시카고 출신의 로널드 힉스 일리노이주 졸리엣 주교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뉴욕 대교구의 대주교에 지명됐다. (출처=졸리엣 교구) 2025.12.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뉴욕 가톨릭 대교구의 책임자가 강경 보수 성향의 티머시 돌런 추기경에서 개혁적 성향의 온건한 주교로 바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 대교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가톨릭 신자가 많으며 영향력은 가장 큰 곳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일리노이주 졸리엣 교구의 로널드 힉스 주교를 뉴욕 대교구 대주교에 지명했다. 그는 내년 2월6일 뉴욕의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대주교로 착좌할 예정이다. 뉴욕 대교주는 통상 추기경이 담당하는 곳이다.

미국 출신인 교황의 이번 인사는 미국의 가톨릭을 어떻게 이끌 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조치다.

힉스 주교는 올해 58세로 2020년부터 일리노이주 졸리엣 교구를 이끌어 왔다.

뉴욕 대주교이면서도 폭스 뉴스에 자주 출연하고, 보수적 의제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에서 기도를 올렸던 돌런 추기경과 달리, 힉스 주교는 정치적 발언을 대체로 피해온 온건하고 온화한 성품이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부터 돌런 추기경은 낙태와 동성 결혼을 둘러싼 전국적 논쟁 속에서 가톨릭 지도자들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일부 종교 단체에 직원 피임 제공을 의무화한 규정에 맞서 싸운 이후, 중도 보수 성향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암살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를 “현대의 성 바오로”라고 부르기도 했다.

돌런 추기경은 2월에 만 75세가 되었는데, 이는 주교들이 교황에게 공식적으로 사임서를 제출하는 나이다.

힉스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맹으로 이민자와 성소수자(LGBTQ) 포용을 우선시해 온 시카고의 블레이즈 쿠픽 추기경 등, 보다 진보적인 교회 지도자들 아래에서 성장했다.

힉스 주교는 분열을 넘어선 화해의 중요성과 상호 존중 속에서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가치를 강조하는 사목 메시지를 내왔다.

약 52만 명의 가톨릭 신자를 가진 졸리엣 교구에서 신자 240만 명의 대교구로 옮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역사적으로 뉴욕 대주교는 교황 다음으로 높은 성직인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힉스 주교는 이날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미국 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판한 최근 가톨릭 주교들의 성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힉스 주교와 레오 교황은 모두 시카고 남부 교외에서 성장했다. 힉스 주교는 155번가와 우들론에서, 교황은 북쪽으로 차로 7분 거리인 141번가와 인디애나에서 자랐다. 두 사람 모두 수년간 라틴아메리카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레오 교황과 달리, 힉스 주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아니라 시카고 컵스 야구팀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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