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구성한 센터 이사회, 만장일치 의결
발언 시도할 때마다 마이크 껐다"…문제 제기도
케네디 후손 반발…"링컨기념관 이름도 바꿀 거냐"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대표적인 공연 예술 극장 존 F. 케네디 센터 이름이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변경됐다.
18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로마 다라비 케네디 센터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기관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기념센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라비 대변인은 "이번 표결은 현 의장이 기관을 재정 파탄과 물리적 파괴로부터 구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케네디 센터는 미래 세대를 위한 미국의 문화 중심지에 대한 양당의 확고한 지지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이사회 표결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로 참여하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전했다.
케네디 센터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새로 구성됐다.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맡고 있다. 이사회도 직접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케네디 센터 이름을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부르는 것에 대해 자주 농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번 결정에 영광스럽고 놀랐다며 "매우 저명한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분이 제기한 사항으로, 구성원이 상당히 많은데도 만장일치 찬성했다"는 입장을 냈다.
케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엑스(X, 옛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케네디 대통령께도 축하 드린다"며 "미래에 걸쳐 진정으로 위대한 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두고 이사회 표결 과정이 부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 당연직 위원인 조이스 비티 민주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며 "내가 우려를 표하고 질문을 하려 할 때마다 마이크가 음소거됐다"고 밝혔다.
케네디 가문도 반발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 손자인 조 케네디 3세 전 민주당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은 X에 "케네디 센터는 서거한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있는 기념관으로, 연방법에 따라 케네디 대통령 이름을 딴 곳"이라며 "누가 뭐라 해도 링컨 기념관 이름을 바꿀 수 없듯, 이곳의 이름도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법안을 통해 센터 이름을 '케네디 센터'로 변경했다. 연방법은 이사회가 1983년 12월 2일 이후 케네디 센터 공공 구역에 기념물을 추가하거나 기념비적 성격의 명판을 지정 및 설치하지 않도록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사회 결정이 불법일 가능성이 높지만, 위법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리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본다.
데이비드 수퍼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CNN에 "법적으로 (센터 이름을 변경할) 방법은 전혀 없다"면서도 "행정부는 소송을 당할 현실적 가능성이 없는 한 법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센터 직원이 이력서에 새 이름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평판 손상'을 근거로 이의 제기 소송을 낼 수 있다면서도 "법원이 그 사건을 받아들일 거라고 낙관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후손들도 마찬가지라며 "생전이었다면 소송을 게시할 수 있지만, 유족들에게 소송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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