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 전직 의원, 3번째 도전 끝 압승
칠레서 불법 이민자, 조직범죄 증가 문제 대두
이민자 추방, 국경 장벽, 법인세 인하 등 공약
"미주 우파 동맹 강화…트럼프 다음 동맹 될 것"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칠레 대선에서 강경 보수 성향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압승, 3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14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칠레 대선 결선에서 개표율 98% 기준 카스트 후보는 58%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다.
1990년 칠레 민주화 이후 가장 압도적인 득표율이다. 카스트 후보에겐 세 번째 대선 도전 끝에 거둔 쾌거다.
칠레에서 보수 정권이 들어선 건 중도 우파 성향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이후 4년 만이다.
아르투로 스쿠엘라 카스트 선거캠프 대변인은 당사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칠레가 겪고 있는 위기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에 매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좌파 성향의 자네트 하라(51) 공산당 후보는 42% 득표율에 그쳤다. 하라 후보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하라 후보는 소셜미디어(SNS)에 "민주주의가 분명하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며, 카스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하고 당선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카스트 당선인 지지자들은 거리에 나와 환호하며 이름을 연호했다.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Make Chile Great Again)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파는 노점상도 눈에 띄었다.
두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극과 극 공약을 내걸었다.
여당 후보인 하라는 칠레 공산당 평생 당원으로, 1973~1990년 군사 독재에 맞서 항의한 노동자 계층 출신이다. 보리치 정부에서 주요 사회 복지 정책을 주도했으며, 현 좌파 정권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카스트 당선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슬하에 아홉 자녀를 둔 변호사 출신 전직 의원이다. 독일 출신인 아버지는 아돌프 히틀러 나치당의 등록 당원이었다. 이 때문에 과거 두 번의 대선에서 중도 유권자들 표심을 얻는 데 고전했다.
동성 결혼과 낙태 전면 금지 등 도덕적 보수주의 성향도 비판받았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찬양해, 4년 전 보리치 대통령과 경쟁한 대선에서 큰 반발을 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민자 유입과 조직범죄 증가가 주요 문제로 대두되면서 민심은 바뀌었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였는데 차량 강탈, 납치, 대낮 총격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칠레 국민들은 이를 자국 경제 붕괴를 피해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인들 책임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일반 이민자와 함께 유입된 범죄 조직이 폭력 증가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카스트 당선인은 법질서 확립을 주요 공약으로 부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이 될 것이며, 국경 장벽과 참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불법 체류 이민자를 구금하고 추방하겠다고도 했다.
투자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취임 후 1년 6개월 내 공공 지출 60억 달러 삭감도 약속했다. 자유 무역을 계속 지지할 것이며, 무역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책도 내걸었다.
동성결혼 반대나 낙태 금지 지지 등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언급을 피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 "카스트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미국은 그의 행정부와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좌파 정부에서 우파 정권으로 교체되는 등 급격히 우경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끌고 있고, 볼리비아에선 지난 10월 20년 좌파 집권을 끝내고 중도 성향 파스 페레이아 후보가 당선됐다.
제니퍼 프리블 리치먼드대 정치학 교수는 "미주 전역에서 형성되는 우파 네트워크를 강화할 긍정적인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동맹은 자연스럽게 칠레의 카스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