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부실' 광주도서관 붕괴 불렀나…접합부 결함 '무게'

기사등록 2025/12/12 19:04:42

전문가들 "용접만으로 이어 붙여 버티지 못한 듯"

시공사 "철제구조물 볼트 체결 안해, 현장서 용접"

무게 못버틴 '지지대 없는' 특허 공법 안정성 의문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구조물 붕괴 사고가 나 소방당국이 잔해물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자 4명을 구조 중이다. 2025.12.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박기웅 이영주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구조물 핵심 연결부를 잇는 용접 부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한 '접합부 결함'이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쏠린다.

12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공사 관계자는 "PC합성보는 특허 기술을 사용해 볼팅 작업을 했다"며 "트러스(육교형 철제 구조물)는 용접으로 작업해 이어 붙였다"고 말했다.

철제 구조물 기둥과 기둥 사이 간격은 48m다. 기둥 사이를 잇는 또 다른 철제 구조물은 운반상 어려움을 이유로 24m씩 끊어 공사 현장에 가져온 뒤 용접으로 이어 붙였다는 게 시공사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볼트를 체결하는 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축·안전 전문가들도 용접만으로 이어 붙인 철제 구조물 접합부가 콘크리트 등 건축물 상단부의 하중을 버티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사고 직후 현장을 점검한 광주시 안전점검단장 송창영 광주대학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구조물을 잇는 연결 부위 용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흔적을 발견했다"며 "용접 접합부가 유리창처럼 순간 탁 끊어진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용접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구조재가 하중을 받아도 변형이 거의 없어야 한다"며 "용접 부위가 콘크리트 타설 하중을 전혀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철제 구조물을 이어 붙인 접합부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면서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사고 현장에 널부러진 'PC거더'에는 볼트가 체결돼 있지만 찢어진 철제 구조물에는 볼트를 체결한 흔적(브라켓)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광주시소방본부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현장에서 매몰 노동자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광주시소방본부 제공) 2025.12.12. photo@newsis.com

특히 이들은 지지대가 없는 데크플레이트 방식의 특허 공법에 대한 안정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단순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하중을 버티지 못한 듯 하다. 해당 공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둥과 기둥 사이 거리가 48m다. 말이 '장스팬' 공법이지 일반적인 건축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용접만으로 제작된 철제 구조물이 콘크리트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설계 변경으로 콘크리트 물량이 34.9%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는지 분석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철제 구조물 '접합부 결함'이 유력한 붕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접합부 결함 여부가 사고 조사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제 구조물 연결 과정에서 시공사 측의 구조검토 실시·조립도 작성 여부와 콘크리트 타설 불량 등 다각적인 원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1시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생,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2명이 매몰된 상태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상무지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1만200㎡)에 연면적 1만128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되는 공공도서관이다. 총 사업비는 당초 392억원(국비 157억원·시비 235억원)이었으나 자재값 상승과 공기 지연 등으로 516억원(국비 157억원·시비359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pboxer@newsis.com, leeyj2578@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