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장 준비…기업가치 3500억~8000억 달러 예상
2014년 알리바바 2300억 달러 상장 기록 경신 기대
이윤 극대화 vs 인류 혜택 사이 IPO 후보들 근본적 시험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월가에 전례 없는 규모의 IPO(기업공개) 파도가 몰려올 전망이다.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트로픽 등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 기술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준비에 나서면서, 인공지능(AI)과 우주 산업을 둘러싼 '역대급 IPO'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 세 기업은 상장을 염두에 둔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AI 모델 개발 기업인 앤트로픽은 최근 IPO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법률 자문사를 선임했고, 오픈AI 역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또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분야에 직접 베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 로켓 발사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스페이스X는 미래 우주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독점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 거론되는 기업가치 규모는 압도적이다. 스페이스X는 최근 비상장 주식 거래에서 약 8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앤트로픽은 3500억 달러, 오픈AI는 가장 최근 거래에서 5000억 달러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들 기업가치는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투자자들의 기대 속에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FT는 "만약 이 세 기업이 비슷한 시점, 이르면 내년에 동시에 상장할 경우 월가에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 가운데 단 한 곳만 상장하더라도 2014년 알리바바가 세운 2300억 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기술주 IPO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상장 움직임의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 수요가 있다. 오픈AI는 올해에만 410억 달러의 자본을 조달했으며, 흑자 전환 전까지 추가 자금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페이스X 역시 IPO를 통해 3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PO 앞두고 사업 지속성 입증 과제…'이윤 극대화 vs 인류 혜택' 근본 문제 직면
다만 이들 기업은 상장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 규모와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픈AI의 경우, 최대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분기 실적에서 오픈AI 관련 손실이 41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혀 전체 분기 손실이 약 12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AI의 성장 속도는 챗GPT 출시 이후 눈에 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오픈AI는 데이터센터 용량 증가에 비례해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 지난 2년간 매년 약 3배씩 덩치를 키웠다. 현재 연환산 매출 200억 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회사 계획대로 데이터센터 용량이 확대될 경우 2026년에는 연환산 매출이 6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FT는 이들 초대형 IPO 후보들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오픈AI의 챗GPT는 AI의 혜택을 인류 전체에 돌리겠다는 원래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지, 아니면 이윤 극대화 기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스페이스X 역시 '화성 진출'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수익성과 우주 탐사 사이에서 어떤 선택과 타협이 이뤄질지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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