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과 통화 후 홍장원 등 비화폰 정보 삭제
[서울=뉴시스]이태성 고재은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9일 오후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을 증거인멸 혐의 사건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박지영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특검보는 10일 브리핑에서 "비화폰 사용자 계정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공소 제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비화폰 정보가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6일 원격 삭제된 상황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12월 6일 오후 4시43분께 조태용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홍장원이 해임되었다는 말도 있던데 비화폰 회수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의 요구를 받고 국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면직 처리가 완료되면, 절차에 따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역시 국정원 보안담당처에 반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 전 원장은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박 전 처장에게 "홍장원이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연락 두절이라 비화폰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처장은 "(비화폰 분실에 따른) 보안 사고에 해당하니 홍장원 비화폰은 로그아웃 조치하겠다. 통화 기록이 노출되지 않도록 비화폰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고, 조 전 원장은 "그렇게 조치하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후 홍 전 차장의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 처리됐고,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을 비롯한 전자 정보들은 삭제됐다. 통상의 절차대로 회수됐다면 보존될 수 있었던 전자 정보들이 임의로 폐기된 것이다.
특검은 이 과정이 내란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고의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판단하고 형법상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앞서 지난 4일 박 전 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처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강우 전 경호본부장,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