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료계의 '관리급여' 반대…환자를 내세울 자격 있나

기사등록 2025/12/19 16:26:53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국가 정책은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정부는 법적 권한도 없이 국민의 치료 접근성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자의적 권한 행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다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 논란이 반복된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하면서다. '잘못된 정책'으로 환자와 사회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헌법소원 제기 및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는 최전선에 선 집단이 던지는 경고인 탓에 짐짓 움츠러든다. 이들의 말대로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인지, 늘어난 의료비 부담이 환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물음표가 생긴다.

관리급여로 지정된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는 그동안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과 진료 방식이 천차만별이었고 명확한 기준 없이 시행돼왔다. 도수치료만 해도 1회당 300원에서 60만원까지 가격이 요동쳤다. 환자는 정확한 정보 없이 의사별, 병원별로 매겨진 '자율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낮은 수가 체계를 방치해 비급여 시장을 사실상 키워주고 실손보험이 과도한 비급여 시장의 '현금 인출기' 역할을 하도록 방치한 결과 의료비 왜곡은 심화됐다. 의사들이 '돈이 되는' 과목으로 몰리고 필수의료가 붕괴된 것도 결국 이 왜곡된 구조의 부산물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의료계의 우려 역시 적극 반박했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에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금처럼 보장 받을 수 있고 실손이 없는 환자 역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과다 청구가 줄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담 감소 효과가 크다고 봤다. 병원 자율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시장을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의료계는 환자의 선택권 침해,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치료 방식의 다양성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병원마다 제각각이던 불투명한 가격 구조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해왔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충분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 양쪽 모두 환자의 건강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 둘은 등을 지고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명분이 같다면 답을 찾기 쉬울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료계는 정부의 불통을 주장하며, 정책이 강행되면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과연 명분이 같을지 고개가 저어진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장기간 의료 현장이 비어있던 현실을 떠올리면, 그 공백을 감내해야 했던 환자와 남은 의료진 앞에서 환자의 건강권을 앞세워 관리급여를 반대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환자를 방패로 삼을 자격은 어디에도 없다. 명분을 지우고 진실을 펼쳐놓고 성실하게 논의하고 협의해야 한다. 손을 대야 할 혼란이 실재한다면 그 혼란을 지우는 것이 환자의 건강권을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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