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김건희 특검 8월 조사에서 주장해
통일교 전방위적 정치권 접촉 정황 계속돼
건진 재판에서도 정진상·나경원 이름 나와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조사 과정에 "전 의원이 천정궁에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나 인사했고 현금 4000만원 가량을 전달했다", "시계도 2개 박스에 넣어서 전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금품을 건넨 시점을 2018년~2019년 사이로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 조사에서 '시계 브랜드는 까르띠에·불가리'라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특검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전 장관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핵심 친문계로 이번 정부에서 해수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향해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이며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근거 없는 진술을 사실처럼 꾸며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허위 조작"이라고 썼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2년 4월·7월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건네고 현안을 청탁하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같은 해 1월 불법 정치자금 1억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그가 이달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에 대한 증언을 내놓으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5일 윤 전 본부장은 자신의 변호인과 진행하는 반대 신문을 통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도 "어프로치(접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제가 그 때 (접촉)했던 것이 현 정부(문재인 정부)의 장관급 4분 정도다. 두 분은 (한학자) 총재도 뵈었고, 지원에 대한 부분도 수사 과정에서 말했다"고 했다. 국회의원 명단도 특검에 진술했다고 했다.
통일교의 전방위 정치권 접촉 정황은 다른 재판에서도 흘러 나왔다. 전날 건진법사 전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속행 공판에서도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전 부회장 이모씨와 나눈 통화 녹취가 재생됐다.
지난 2022년 2월 초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이뤄진 통화로,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 실장의 이름과 이씨 성을 쓰는 문재인 정부 장관급에게 통일교 측이 청탁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정황인 셈이다.
당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모씨가 나눈 통화 녹취도 재생됐다. 특검 측이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나 의원은 녹취에서 "저는 가급적 일정을 제가 가운데에서 어레인지(조정)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것을 가급적이면 제3의 장소 또는 우리 당사나 이런 데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둔 2022년 2월 이뤄진 통화다. 해당 행사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난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4시 열리는 자신의 공판 과정에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이 같은 진술을 들은 후 지난달 내사 사건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여사 사건을 다루는 특검법의 취지상 인적·물적·시간상으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날 오후에는 관련 기록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겼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소시효 만료가 코앞에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주장대로라면 2018년~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로, 통일교 측이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면 공소시효는 빠르면 올해 만료된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죄(5년 이하의 징역)는 10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로 공소시효가 7년이다.
다만 사건을 넘겨 받은 수사기관이 뇌물죄 내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의율하게 되면 형량이 높아져 공소시효가 더 늘어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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