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촛불행동 대표, 국회 관계자 등 인터뷰
"결과적으로 잘한 일…모든 시민이 무사했어"
"나만 화난 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용기 얻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이 흐른 3일. 당시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과 군 복무 중이었던 이들을 뉴시스가 만나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계엄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했던 이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컸다.
한 국회 관계자는 "계엄 당시에는 상황 대처의 적합성을 따질 여유조차 없었다. 누군가는 국회에 남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에 즉시 국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경황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도 계엄 선포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자마자 지체 없이 택시에 올랐다. 그는 아내와 어린 딸의 손을 잡은 채 국회로 향했다.
윤 대표는 "믿기지 않았다"며 "어디로 가야 되나 하는 상황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유튜브에서 국회로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촛불행동에서도 국회로 모여달라고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그는 특히 헬기 소리가 들리면서 위험한 순간임을 느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바깥에서 영상을 통해 내부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고 (주변에서) 우리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도보로 이용하는 병력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국회로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며 "굉장히 위험하기도 했었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야 하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조 부국장은 "문 앞을 나서는 순간 '이게 설마 마지막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생각이 어이없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헛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시민이 무사했고 국회는 계엄을 평화롭게 해제했고 정권이 교체되어 일상을 되찾았다"며 "결과적으로 국회에 가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부국장은 현장에서 총을 든 군인 20~30여명을 눈앞에서 직접 봤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뉴스를 통해 그 총에 실탄이 들어있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만약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상황을 떠올렸다.
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군 복무중이었던 군인들도 매우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파주에서 군 생활을 했던 김모씨는 "자다가 일어나서 어안이 벙벙했다"며 "일단 상관들이 지켜보자고 했고 병사들은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포병들이 포에서 대기했다고 들었다"며 "당시 대기하라는 지시 외에는 다른 지시는 없었다"고 전했다.
실감 나지 않는 상황에서 김씨는 속으로 '정말 큰일 났다'고만 생각한 그날을 회상했다.
친구와 함께 국회로 향했다는 손모씨도 "버스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서 같은 장소로 향해가는데 전부 뭔가 분노한 상태로 의지를 다잡은 표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손씨는 "나 혼자만 화난 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용기를 얻었다"며 "계엄이 민간인 학살로 넘어가지 않고 안전하게 상황이 마무리된 게 천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는 다른 시민들보다는 소극적이었다는 그는 "조금 더 용기 내서 함께 소리쳤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드러내면서도 그 순간에 국회에 있었던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가길 잘했죠. 역사의 한 장소에 있었다는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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