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쟁력제고TF'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
소비자보호 기능 강화·수익기반 재정비 등
[서울=뉴시스]권안나 강수윤 기자 =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일제히 기존의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금융 환경 속에서, 최근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라는 큰 변곡점과 맞물리며 그룹 차원의 안정적인 운영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내년도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조직개편 전 인사에서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사장 등 전 금융계열사 CEO가 모두 연임하며 기존 경영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이승호 금융경쟁력제고TF장이 삼성생명 사장에 승진하며 2인 사장 체제가 다시 가동된 점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투톱 체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핵심 의사결정은 여전히 홍원학 사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신 그룹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 기능을 담은 조직에 기존보다 높은 위상이 부여됐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삼성 금융 포트폴리오 전반을 조율하는 조직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과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 창출을 담당한다. 삼성 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EPC(건설 등)·금융으로 분화된 개별 TF 중 하나로, 금융 부문의 정책 현안 허브 역할을 맡아왔다.
금융경쟁력제고TF의 총괄 책임자를 사장급이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F 역할 강화와 함께 금융 부문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보험 계열사들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소비자 접점이 높은 업권 특성을 반영해 '소비자 보호'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삼성생명은 소비자보호실을 신설해 상품개발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선제적 소비자 권익 보호가 이뤄지도록 구축했다. 삼성화재도 기존 소비자정책팀 산하 조직을 정비해 ▲소비자기획 ▲소비자보호 ▲소비자정책 ▲소비자권익보호 4개로 세분화해 정책 실행력을 높였다.
새로운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한 정비도 눈에 띈다. 삼성생명은 디지털혁신실을 '플랫폼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디지털·헬스케어·시니어 부문을 통합해 보험과 연계한 종합 라이프케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삼성화재는 영업 조직을 개인영업본부(전속 채널 관리)와 전략영업본부(법인보험대리점 관리) 체제에서 '조직성장본부'와 '마켓리딩본부'로 재정비했다. 기존 채널 중심의 틀에서 기능 중심 체제로 탈바꿈하며, 영업 생산성 제고를 겨냥한 개편으로 해석된다.
삼성카드도 삼성 금융계열사 통합 플랫폼 '모니모'를 전담하는 모니모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기반 시너지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 혁신을 단행했다.
모니모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 등 주요 금융 계열사의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접점 플랫폼이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 추천이나 교차 판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삼성카드는 이와 함께 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조직의 역할과 책임(R&R)을 정교하게 재설계해, 엄격한 고객 신뢰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증권도 안정성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부문(박경희 부사장), 디지털부문(이찬우 부사장), IB1부문(이충훈 부사장), IB2부문(천정환 부문장)을 기존대로 이끌어간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승진한 양완모 부사장은 채널솔루션실장을 맡아 시장트렌드에 따른 금융상품을 제공, 고객의 투자포트폴리오를 위한 종합솔루션 제시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도 변화 보다 안정을 택했다. 급변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해 확고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위 입지를 다진 핵심 인재를 승진시키고, 상품·마케팅을 강화해 회사의 본원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운용은 김두남 고객마케팅부문장을 신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삼성운용은 박명제 부사장(ETF사업부문장), 김용민 부사장(경영지원실장), 김두남 부사장(고객마케팅부문장) 등 3인 부사장 체제가 됐다.
삼성운용의 KODEX ETF 총 자산(AUM)은 지난 달 말 기준 108조7842억원으로 업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운용은 ETF 부문을 비롯한 ETF 운영 부문, 고객 마케팅 부문 등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선도적인 입지를 더 공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삼성 금융그룹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둔 개편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에 따른 변화는 1-2년 뒤에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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