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K-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첫 공식 논의
"K-팝 콘서트, '지속 가능성 업계' 선도 기회 될 수도"
넷플릭스 K-팝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신드롬, '블랙핑크' 로제 '아파트'의 돌풍 등으로 인해 K-팝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K-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첫 공식 논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케이팝(K-POP) 팬들이 뭉친 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김나연 캠페이너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에서 맡은 발제를 통해 K팝 공연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케이팝포플래닛과 함께 박수현(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문체위 김교흥 위원장을 비롯한 김승수(국민의힘) 민형배 손솔 이기헌 조계원(더불어민주당) 김재원(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번 논의는 K-팝 공연의 탈탄소화를 국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다룬 첫 사례다. 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커짐에 따라 공연 부문의 지속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기반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정치권도 공감하고 나선 것이다.
김 캠페이너는 라이브 공연이 음악산업의 가장 큰 탄소 배출원(2007년 영국 기준 73%)이라는 점에서 콘서트의 탈탄소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요 엔터사의 ESG 보고서를 근거로 "지속가능공연에 대한 관심은 확인되나 아직은 일부 공연에 대한 탄소 배출 측정에 머무는 등 저탄소 전환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지속가능공연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블랙핑크 콘서트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저탄소 콘서트로 전환하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국내 공연장 인프라는 기존 K-팝 공연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해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연장별 조건도 상이해 통일된 기준의 데이터 확보도 어렵다.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시스템 같은 기술적 기반 및 인프라의 확충도 필요하다.
김 캠페이너는 "저탄소 콘서트 전환이 필요하다는 업계 전반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저탄소 콘서트 공연 가이드라인과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공연장 대관 과정과 신규 공연장 설치에는 저탄소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활용 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이나 인증서 발급 등 제도적 지원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팝 관계자와 팬들은 물론 콘서트 관련 모든 이해 관계자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가이드라인 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번째 발제자인 커트 랭어 음악지속가능성협회(MSA) 이사는 빌리 아일리시의 기후행동 프로젝트 '오버히트드(Overheated)' 프로듀서로서 빌리와 콜드플레이, 매시브 어택 등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저탄소 공연이 기후 대응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탈탄소 공연이 매년 200, 300% 증가하며 관련 비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좌장 이노소셜랩 서진석 이사)에서는 저탄소 공연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확산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김명신 팀장은 올 4월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서 이전 대비 약 50%의 탄소 배출을 감축한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대중교통 인프라와 시민의식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문 공연장 부족과 화석연료 발전기 의존 등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 자율 노력만으로는 지속이 어려워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온어스 허은 대표도 이동형 ESS 등 친환경 전력 시스템 활용 확대를 위해 보조금과 의무화, 인센티브 등의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H 아문디의 최용환 ESG 리서치 팀장은 공연이 엔터사의 매출과 탄소 배출 비중이 가장 큰 영역인 만큼, 저탄소 콘서트 전환이 기업 리스크 완화와 가치 안정화에 기여한다고 재무적 가치 측면에서 접근했다.
박수현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지속가능한 운영 기준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연 제작·운영·이동·폐기물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친 탄소중립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승수 의원은 "기후위기가 임계점에 다가선 지금, 대규모 콘서트와 축제에서 환경오염을 줄일 선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면, K-컬처는 지속가능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갖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케이팝포플래닛이 이날 공개한 글로벌 팬 601명 대상 조사에서는 92.2%가 '저탄소 콘서트를 더 원한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이 전환 시점을 '지금'(56.3%) 또는 '내년안'(13.1%)으로 선택해 빠른 전환을 요구했다. 팬들이 꼽은 핵심 조건으로는 ▲아티스트의 기후 메시지 환기 ▲친환경 이동수단 이용 ▲재생에너지 기반 운영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등이 있었다.
이번 토론회는 2008년 '저탄소형 녹색행사 가이드라인' 이후 약 17년 만에 이루어진 실질적인 재정비 논의다. K-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향한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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