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톱 100' 본선 진출자 절반이 비개발자…기술보다 활용 능력 중시
카톡으로 들어온 AI…별도 공부 없이 바로 쓰는 '쉬운 AI' 지향
500억 기금 조성·소상공인 교육 등 생태계 육성에도 팔 걷어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 당신은 가상의 국가 아틀란티스의 입국 심사관이다. 최근 위조 서류를 이용한 입국 시도가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다. 7가지 입국 서류(여권, 비자, 입국 신고서 등)를 대조해 누락, 위조됐거나 유효하지 않은 정보를 제출하는 사람을 식별해야 한다. 25개 상세 입국 규정을 적용해 모든 항목의 준수 여부를 교차 확인해 입국 신청자를 정확하게 심사하시오.
카카오임팩트와 브라이언임팩트가 공동으로 개최한 경진대회 'AI 톱 100' 본선 문제 중 하나다. 이 대회는 인공지능(AI)을 도구로 삼아 업무와 일상 속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에 카카오는 다른 경진대회와 달리 참가 자격을 만 14세 이상 내국인 또는 국내 거주인으로 뒀다. 진행 방식도 AI 도구 활용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뛰어난 코딩 실력 없이도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고 논리적인 프롬프트(지시)를 내려 해결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뒀다.
그 결과 15세(2010년생)부터 67세(1958년생)까지 3000여명의 지원자가 예선에 참가했는데 신청이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됐다. 본선 진출한 100명 중 52%가 AI 개발과 관련이 없는 비개발자였다.
참가자 A씨도 비개발자로서 이번 대회를 통해 AI가 실생활 난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체험했다. 그는 "AI 툴을 단순히 '딸깍'하면 해결법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각각의 AI 툴이 어디까지 문제를 풀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분해 해결하는 설계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써봐야 안다"…카카오, 'AI 리터러시' 제고 총력
카카오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영역을 잇달아 넓히며 AI 대중화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챗 GPT 포 카카오', '카나나 인 카카오톡' 등 카카오톡 내 AI 서비스에 이어 'AI 톱 100'과 같은 개방형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AI 리터러시(문해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챗GPT 포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오픈AI AI 챗봇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챗GPT 답변을 채팅방에 공유하거나 채팅방에서 대화 중 챗GPT에 바로 질문할 수도 있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카카오톡 안에서 대화를 이해하고 이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필요한 순간 AI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정보 검색, 장소 및 상품 추천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제안한다.
◆"AI는 어렵다" 인식 깬다…AI 친숙하면 카카오 경쟁력도 '업'
두 서비스 모두 AI 대중화를 위해 별도 앱을 설치하거나 새로운 사용법을 익힐 필요 없이 전 국민에게 익숙한 카카오톡 인터페이스(UI) 안에서 자연스럽게 AI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기술적 진입 장벽을 낮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AI 효용을 체감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카카오가 쉬운 AI 서비스와 각종 활동에 나선 건 AI 진입장벽을 낮춰 카카오 서비스 내 AI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4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성형 AI 이용 경험은 24%다.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하지만 미사용자의 경우 전체의 65.2%가 "높은 지식 수준이 요구돼 (AI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AI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과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용자가 활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카카오톡,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AI 서비스 이용률을 늘려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카카오의 AI 리터러시 증대 계획이 정부 정책 방향성과도 같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AI 한글화' 전략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톱 100' 시상자로 나서며 이 대회에 대해 "다양한 세대의 참가자들이 보여준 역량과 도전정신은 대한민국 'AI 기본사회' 구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500억 육성 기금부터 사장님 교육까지…카카오, 'AI 생태계' 판 키운다
카카오 그룹은 지난 9월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국가 균형 성장을 위한 지역 AI 생태계 육성을 위해 총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AI 스타트업 투자 지원 ▲AI 미래 인재 양성 ▲지역 특화 산업 AI 전환 연구 지원 ▲AI 리터러시 증진 등 4대 핵심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8월에는 소상공인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테크 AI 스쿨-사장님 클래스'를 신설했다. 텍스트·이미지 생성, 홍보 콘텐츠 제작, 반복 작업 자동화 등 바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AI 교육을 진행하는데 약 1350명이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AI 분야를 대표하는 업계·학계 전문가 13인과 함께 '카카오 일상 AI 포럼'을 발족한 바 있다. AI 기술 및 서비스 동향, 각 영역의 현안과 쟁점에 대해 전문가 간 정기 발표, 토론을 통해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다.
김병학 카카오 성과리더는 "카카오는 AI 연구 성과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다하는 모델 개발과 확산을 위해 기술 투명성과 접근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AI 기술의 혜택을 특정 기업이 아닌 사회 전체와 공유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혁신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지속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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