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광주 도심 퀴어축제…우려했던 충돌 없이 끝나

기사등록 2025/11/29 18:13:52 최종수정 2025/11/29 18:44:24

2000명 참석…보수 성향단체 반대 집회 동시 열려

"차별금지법 제정" vs "국민 반대로 네 차례 폐기"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제4회 광주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날 축제는 '무등: 무지갯빛 절대평등'으로, 광주의 대표 상징물 '무등산'과 '등급 또는 차이가 없다'는 뜻을 가진 '무등'에서 착안됐다. 2025.11.29. lhh@newsis.com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광주 도심에서 3년 만에 열린 퀴어문화축제가 보수 기독교계 성향 단체가 주관한 맞불 집회 참가자와의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광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29일 오전 11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충장로 일대에서 제4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이날 축제는 '무등: 무지갯빛 절대평등'을 주제로, 광주의 대표 상징물 '무등산'과 '등급 또는 차이가 없다'는 뜻을 가진 '무등'에서 착안됐다.

주최 측 추산 축제 참가자 2000여명은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페이스 페인팅을 하거나 깃발을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성 평등을 향한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 '퀴어 해방' 등 직접 만든 피켓을 든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부스 행사에서는 전국의 성소수자 단체와 연대단체·정당 등 50여 단체가 참여했다.

석영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코자 했던 최초의 움직임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계절이 흐를 때마다 사회의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는 성소수자들의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5·18정신은 1980년 광주가 억압받고 고립됐던 이들의 공동체였던 광주가 이뤄낸 연대의 정신이다. 이제 현재의 광주가 여전히 1980년의 처지에 놓인 성소수자들에게 연대하는 최초의 앨라이 도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심장·인권의 도시, 5·18정신이 빛나는 광주에서 성 소수자도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요구한다. 무등(無等)의 뜻대로 우리는 인권과 평등의 도시 광주에서 무지갯빛으로 널리 빛나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제4회 광주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가족과 다음 세대를 다시 세우다. 퀴어행사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는 광주전남차별금지제정반대시민연합과 전남성시화운동본부 등 7개 단체가 주관했다.2025.11.29. lhh@newsis.com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인근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들이 '가족과 다음 세대를 다시 세우다. 퀴어 행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광주전남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시민연합과 전남성시화운동분부 등 7개 단체가 주관했다.

이들은 퀴어축제가 열리는 곳과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 반대', '동성 파트너 배우자 등록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소리쳤다.

주최 측은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네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민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 법적 개념의 모호성 등 구조적 결함이 해소되지 않은 채 재발의를 거론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하며 "대다수 국민 정서에 반하는 퀴어 행사가 버젓이 대낮에 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성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공공질서 문란의 대표 격이다. 국회가 향후 문제가 많은 차별금지법을 폐기하지 않고 강행하려 한다면, 모두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비슷한 시간대에 양측 참석자들의 집회·도심 행진이 예고되면서 우려가 커졌으나 다행히 이렇다 할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 역시 기동대 등을 투입해 만약에 있을 사태에 대비하며 안전한 집회 관리에 힘썼다. 다만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도중 한 1인 시위자가 '동성애 반대' 등을 외치다, 경찰에 의해 제지되는 작은 소동도 일었다.

퀴어축제는 1970년 6월28일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된 '게이프라이드'에서 시작됐다. 이후 퀴어축제는 전 세계로 퍼져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에서는 2018년과 2019년, 2022년에 이어 3년 만에 네 번째 퀴어문화축제가 이날 열렸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제4회 광주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축제 반대를 외치고 있다. 2025.11.29. lh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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