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뒤 전화해 못 바꾸겠다고…찬호 형에게 죄송"
올겨울 두산과 4년 총액 80억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박찬호는 23일 구단 팬 페스티벌 '곰들의 모임'에서 취재진과 만나 "처음에 (박)치국이에게 전화했더니 '등번호 1번을 주겠다'고 흔쾌히 말했다. 이후 마음이 바뀌면 전화하라고 했는데 3분 뒤에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 못 바꿀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치국이가 너무 중요한 해를 앞두고 있어서 바꿀 수 없었다. 내가 무리해서 등번호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박치국은 "등번호 1번을 (함)덕주 형이 나가고 어렵게 받았다. (박)찬호 형과 전화했을 때 FA로 오셨고 선배셔서 드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막상 바꾸려고 하니 너무 허탈했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1번 달고 지난해까지 못 하다가 올해 잘했다. 내년 시즌이 끝나고 FA이기도 하다. 너무 중요한 시기여서 3분 뒤에 전화해서 '안 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예상했다'고 하셨다. 주려고 했다가 말을 바꿔서 죄송했다"며 "학교 다녔을 때부터 1번을 달고 싶었고, 원래 1번에 대한 애착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73경기에 출장해 62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5의 호성적을 거뒀다.
박치국이 15개 이상의 홀드를 수확한 건 17홀드를 작성한 2018년 이후 7년 만이었고, 60이닝을 돌파한 건 71⅔이닝을 책임진 2020년 이후 5년 만이었다.
박치국은 "2017년 데뷔했는데 올해가 기억에 많이 남는 한 해다. 부진했다가 올해 잘하다 보니 '아직 안 죽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년에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시즌 준비 잘해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해 9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은 두산은 지난달 김원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명가 재건에 나섰다. 여기에 FA 최대어 박찬호를 영입한 뒤 내부 FA 이영하, 최원준, 조수행을 모두 붙잡는 데 성공했다.
박치국은 내년 시즌에 대해 "여러 영입이 있었고, 팀이 내부 단속도 잘했다. 전력 보강이 되면서 팀이 강해졌기 때문에 내년에는 팀이 상위권에 있지 않을까 싶다. 팀원들과 함께 우승을 이루고 싶다"며 "'허슬두'를 보여주겠다고 하신 찬호 형이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팀이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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