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선 공무원'이 계엄 가담?…'청산' 동의하지만 무고함 없어야

기사등록 2025/11/28 13:50:23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강지은 기자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12·3 비상계엄 가담 공무원들을 색출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4일 본격 가동했다. 총 49개 중앙행정기관에서 48개 기관별 TF를 구성하고, 총리실이 총괄 TF를 맡는 등 661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이들 TF는 대부분 장관 등 기관장을 단장으로, 소속 공무원이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에 대해 내년 1월까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곧 1년을 맞지만 여전히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이 지연되고 있고, 내란 가담자가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공직 내부의 반목이 커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내란을 완전히 청산할 필요가 있다는 게 TF 가동 취지다.

'내란 청산'이라는 의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초유의 사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철저한 조사로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대상'과 '방식'이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 전체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내란행위 제보센터' 운영 등을 통해 관련자를 집중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공직 내부의 불만과 반발이 적지 않다. 계엄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일선 공무원까지 대상에 포함된 데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일했을 뿐인데 왜 그 여파가 아래로까지 내려오느냐"는 것이다. 모호한 기준과 함께 내부 제보라는 이름으로 '음해성 투서' 남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시간'이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관련자들을 제외하면 계엄에 관여했을 일선 공무원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계엄 선포에 깜짝 놀라고, 계엄군 국회 진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계엄 해제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을 것이다.

그간 공무원에게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는 점도 이번 조사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반하는 지침이나 위법한 지시가 내려와도 공무원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지난 76년간 유지돼온 공무원의 '복종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상관의 위법한 지휘와 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께 시행될 예정이다.

TF 가동 첫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TF가 '공직자 기강 잡기'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실제로 압도적 다수가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며 "(비상계엄 관련) 적극적 행위를 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수가 극히 적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 무고한 공무원까지 대상이 된다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직 사회의 혼란과 내부 불신만 더욱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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