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최근 5년(2020~2024년)간 매년 6000~7000명의 부산 청년층(19세~39세)이 타 시도로 순유출되고 있다.
29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901명이던 순유출 규모는 2021년 7171명, 2022년 6115명, 2023년 6163명, 2024년 7936명으로 나타났다.
뉴시스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부산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은 3명의 청년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다의 매력에 이끌려 연고도 없이 온 경우, 부산 출신 여자친구를 따라 온 경우, 동업 기회를 잡아서 온 경우 등 부산으로 온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은 '부산은 숨을 고를 수 있는 도시'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이들은 서울의 끝없는 경쟁에서 떠나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일상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들은 부산에 오래 머물 수 있으려면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강반디(29): "경기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대학교와 군생활까지 마친 전형적인 서울 사람이다. 현재 부산 영도구에서 거주하면서 여행사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김철하(37): "고향은 충남이고 결혼 5년 차다. 부산이 고향인 아내를 대학에서 만나 재미있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의 한 건설회사에서 법무를 담당하고 있다. 부산에 친구도 없고 연고도 아내 말고는 없다."
김범석(28): "고향이 부산이다. 20살에 서울로 올라가 대학에 다니며 로스쿨을 준비했다. 현재 부산에서 베트남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주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강반디: "학교도 서울, 직장도 서울이면 평생 수도권에서만 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작년 10월, 영도에 '아르떼 뮤지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 부산의 풍경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던 중 가수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감명을 받았고, 그날 밤 '죽기 전에 꼭 부산에서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부산 영도로 이사 왔다."
김철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사회초년생으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대학 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가 졸업 후 고향인 부산으로 가게 되어 무작정 따라 내려왔다. 결혼 후 코로나 시기에 부부가 서울로 이직을 하게 됐는데, 서울에서 1년간 거주하다가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현재까지 살고 있다."
김범석: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부산에서 동업할 기회가 생겨 베트남음식점을 하려고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게 됐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강반디: "서울과 수도권에서 약 27년간 거주했다. 서울의 한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했고, 졸업 후 한동안 프리랜서 음악가로 활동 하다가 여행사에 취직했다. 프리랜서 시절이나 회사원 시절이나 기회는 많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좋았다. 그러나 매일 지옥철을 타며 느껴지는 살인적인 인구 밀도와 높은 주거비는 큰 부담이었다."
김철하: "서울에서는 약 7년간 살았다. 좋았던 점은 많은 문화시설과 어디서든 금방 찾을 수 있는 맛집, 대학시절 친해진 친구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쉬웠던 점은 생활비, 특히 거주비가 미래를 계획하기엔 부담스러웠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이유도 거주비 부담이다."
김범석: "서울에서 약 8년을 살았다. 서울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뒤처지지 않는 힘든 곳이다."
-부산의 장단점을 말해달라.
강반디: "바다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서울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퇴근 후 서핑, 물멍, 해수욕이 가능한 도시가 부산이다. 직접 그런 생활을 해보니 정말 행복했다. 바다를 지하철로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여전히 놀랍다. 개인적으로는 다대포해수욕장 바로 앞까지 지하철이 연결된 점이 아주 좋다. 부산은 서울의 도시 인프라를 대부분 누리면서도 더 저렴하고, 더 한적하며, 바다를 곁에 둔 이색적인 도시다."
"청년 주거 정책도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청년 전용 상품 '머물자리론'을 통해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시중 은행 대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초저금리 혜택을 받아 매우 만족하고 있다. 각종 구립 체육시설과 도서관, 대형 병원이 곳곳에 있고 문화 환경도 잘 조성돼 있다. 단점은 청년 일자리 문제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부산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아직 뚜렷하게 해결되고 있지 않다."
김철하: "부산의 장점은 날씨와 바다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사람을 굉장히 활동적으로 만들고 활기차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지하철로 이동해 걸어서 바다를 갈 수 있다는 점은 일상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단점은 부산의 지형이 아닐까 싶다. 평지가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해 평지의 집값은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비쌀 수밖에 없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집값은 올라가고 관광산업화 돼 바다가 인접한 곳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실이 바다의 장점을 상쇄시키고 있는 듯하다. 부산의 인구정책도 아쉽다. 인구 수비정책이라고 해야 할까.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아파트 미분양 등에 관한 이슈가 가장 우려스럽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항만 산업 분야가 가장 유리할 거로 생각하는데 이마저도 현재는 주거 개발에 치우쳐져 있는 상황이다. 관련 산업도 축소되니 인구도 빠져나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김범석: "부산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경관과 도시가 어우러진다는 점. 가장 큰 단점은 기업이 없기에,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10년 후에도 부산에 살 건가.
강반디: "그렇다. 일자리 문제 등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바다를 끼고 있어 해양 액티비티가 가능하고, 인프라도 충분하면서 과밀하지 않아 삶의 질이 높다. 음식도 입에 잘 맞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부산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살고 싶다."
김철하: "그렇다. 현재 수준의 수입과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리고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부산에서 계속 거주할 계획이다."
김범석: "살고 있을 것 같다. 나 자신만의 기준을 확립한다면, 조금 더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산에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나 바람이 있다면.
강반디: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부산 출신 서울 거주자들이 '일자리만 해결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부산은 거주하기에 너무 좋은 도시지만, 청년이 부푼 꿈을 품고 도전하기에는 일자리 인프라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
김철하: "부산이 기업 하기 좋은 곳, 서울의 복잡함을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이 되어 지역 균형발전의 주축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 청년이 생활하기 좋은 지역, 우수기업과 강소기업이 뒷받침되는 기업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부산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기 때문이다."
김범석: "지자체와 정부가 협력해 지방에 많은 일자리를 유치해야 한다. 청년이 있어야 도시가 산다. 많은 기업이 지방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힘을 써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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