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보낸 대배우·큰스승…"이순재 덕에 방향 잃지 않았다"

기사등록 2025/11/27 07:07:27 최종수정 2025/11/27 08:22:07

27일 오전 5시30분 배우 이순재 영결식

가족·후배 등 참석…눈물로 대배우 배웅

정보석 "연기 역사…우리의 우상이었다"

하지원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

최수종·정준호·정일우·정준하·박상원 등

김영철 "감사 그리고존경…잊지 않겠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배우 하지원이 추도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게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라고 해주실 것 같습니다."

배우 김영철의 추도사에 눈물과 웃음이 함께 터져나왔다. 김영철은 이순재의 TBC 탤런트 후배다. 그는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줬고,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신 분이었다"고 말하며 눈물 흘렸다.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27일 오전 5시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약 50분 간 진행된 행사는 대배우이자 큰어른을 떠나보내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정보석은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역사였고, 선생님은 항상 제일 앞에서 큰 우상으로서 저희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셨다"고 말하며 목이 메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순재를 "연기의 역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 photo@newsis.com

영결식장은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유족과 후배 배우들로 채워졌다. 지난해 이순재가 KBS 연기대상을 받을 때 그의 손을 잡고 올라왔던 최수종,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의 아들을 맡았던 정준하, 같은 작품에서 이순재의 손자였던 정일우는 물론 정준호·박상원·이원종·김병옥 등이 함께했다.

평생 연기했는데 팬클럽이 없다는 말에 팬클럽 회장을 자처했던 배우 하지원은 추도사에서 생전 이순재와 연기에 관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 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잠시 저를 바라보더니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나도 지금까지 어렵다'고 하셨다"며 "그 한 마디는 저의 큰 위로이자 오랜 시간 마음 깊이 새긴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2012년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었다.

하지원은 또 "연기 앞에서 끝까지 겸손함을 잊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은 진정한 예술가였다. 저에게는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행동과 태도로 보여준 가장 큰 스승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원에 이어 이순재를 기린 김영철은 이순재가 70년 연기 인생 내내 보여준 품위와 예의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며 "선생님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우리 후배들에겐 늘 괜찮다 잘하고 있다, 라는 응원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 photo@newsis.com

김영철은 이순재가 자신에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만만치가 않다. 항상 겸손하고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던 말을 떠오른다며 또 한 번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 "그 따뜻한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선생님은 어떤 날이든 누구 앞이든 흔들리지 않는 품위와 에의를 지키셨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감사했고, 존경했다. 정말 그리울 거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고도 했다.

약 7분 분량 추모 영상이 나올 땐 영결식장에 있던 참석자 대부분이 눈물을 쏟았다. 특히 이순재의 마지막 무대였던 KBS연기대상에서 그가 수상 소감으로 시청자를 향해 "평생 신세 많이 졌고 감사했다"는 말을 했던 게 나올 땐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추모영상이 끝난 뒤 이순재는 가족, 후배 배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91세에 떠난 이순재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 그 앞엔 국화꽃 91송이가 놓여졌다. 정보석은 영원히 잠들기 위해 이천 에덴낙원으로 떠나는 이순재를 보며 눈물 흘리며 "배우라면 선생님 우산 아래에서 그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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