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고점 대비 28%↓…상위 코인들 40~60%↓
10월 10일 200억달러 청산 사태 후 투자 심리 급랭
금리 불확실성·트럼프 관세 발언이 매도세 키워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지난 6주간 암호화폐 시장에서 1조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고평가된 기술주에 대한 조정 우려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기적 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번진 영향이다.
1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게코가 추적하는 1만8000개 이상의 암호화폐 총 시가총액은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25% 하락해 약 1조2000억 달러(약 1755조 8400억 원)가 증발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28% 넘게 떨어지며 8만9500달러까지 밀려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계 최고 비트코인 강국' 선언과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 기대감 속에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이번 조정은 이러한 랠리를 완전히 되돌려 놓은 셈이다.
캔터피츠제럴드의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브렛 크노블라우흐는 "제도권 편입 확대와 규제 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상승분은 모두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한 달간 레버리지를 활용한 고위험 포지션 손실이 대규모 매도를 촉발했다고 본다. 특히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레버리지 포지션 200억 달러가 한꺼번에 청산되며 사상 최대 일일 폭락이 발생했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리서치 총괄 라이언 라스무센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특히 선호한다"며 "시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으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베팅을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단기 국채 수익률이 떨어져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지만, 올해 두 차례 금리를 내렸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신중한 태도로 전환한 것이다.
비트코인 외에도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코인 중 6개가 올해 40% 넘게 하락했고, 시바이누·수이·아발란체는 약 60% 폭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달 10일 폭락 사태가 최근 미국 증시,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고위험 기술주에도 충격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산출하는 '무수익 기술기업 지수'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주들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달 15일 고점 이후 19%나 떨어졌다.
리테일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반다 비라지 파텔 부대표는 "10월 중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빠르게 꺾였다"며, 같은 시기 많은 자금이 시장 전반을 추종하는 '방어적' ETF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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