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J 탐사보고서…대형 거래소 자금세탁 실태 지적
바이낸스, 北 2조원 상당 탈취 코인 세탁과정 연루
'北 세탁 연루' 후이원 금융그룹도 바이낸스 거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금세탁 관련 혐의로 수감 중이던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趙長鵬)이 마녀사냥을 당했다며 최근 사면했는데, 거래소의 범죄 연루 정황이 또다시 제기된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17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대형거래소들이 자금 세탁자, 마약 밀매업자, 북한 해커들과 관련된 수십억 달러를 이동시켰다'는 탐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암호화폐 절도 등 사이버 범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이는 자금세탁을 거쳐 김정은 정권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간다.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들이 이러한 자금세탁에 연루됐다는게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거래서 바이비트에서 약 15억달러(약 2조1924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탈취자금은 암호화폐 교환이 가능한 토르체인으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비트코인으로 교환됐다. 누군가 훔친 이더리움을 대량으로 교환해준 것인데, 이 과정에서 바이낸스의 계좌들이 사용됐다.
해당 계좌들은 북한 조직이 직접 운영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ICIJ는 "바이낸스는 대규모 자금 세탁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서비스(토르체인)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받고 있었던 만큼 조치를 취했어야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미 재무부는 당시 탈취된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사용됐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바이빗 해킹은 북한에 대한 1년치 경제제재 노력을 날려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ICIJ는 "바이낸스가 법원이 지정한 감독관들의 관리를 받는 동안에도 최소 4억800만달러 상당의 디지털 화폐가 중국 범죄조직들이 인신매매, 대규모 사기 작전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이용하는 캄보디아 기반 금융사 후이원 그룹으로부터 바이낸스 계좌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후이원 그룹은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동남아 사기 조직의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미 법무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바이낸스가 범죄 자금세탁과, 미 제재 대상과 거래에 관여했다며 43억달러의 벌금과 감독 조치를 부과했다. 창업자 자오는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4개월 형을 살고 지난해 9월 출소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창업자 자오에 대한 사면 조치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기업이 바이낸스와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사면 조치는 큰 비판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CBS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2023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자오창펑을 왜 사면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며 "나는 그가 4개월 형을 받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것이 바이든의 마녀 사냥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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