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소방청장 "이상민, 단전단수 언론사에 경찰 투입시 협력 지시"(종합)

기사등록 2025/11/17 18:38:29 최종수정 2025/11/17 18:40:24

"성 공격할 때 물과 쌀 끊는 것으로 이해"

이영팔 전 차장 증언 거부…"피의자 입건돼"

재판부, 오는 24일 전 서울청장 증인신문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사진은 허석곤 전 소방청장. 2025.06.1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비상계엄 당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화로 단전·단수를 언급한 뒤 언론사에 경찰이 투입되면 협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대해 "언론사 완전 장악을 위해 성을 공격할 때 성 안에 물을 끊고 쌀을 끊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7일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 증인으로는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출석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소방청 간부들은 허 전 청장이 비상계엄 당일 상황판단 회의 도중 이 전 장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단전·단수와 특정 언론사의 이름이 언급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날 허 전 청장 역시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37분께 이 전 장관과 1분30초간 통화한 내용에 대해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후 오후 11시께 소방청에 도착했고, 이후 사무실로 출근한 간부들과 상황판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도중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왔고, 허 전 청장은 간부들에게 조용히 해줄것을 손짓으로 요청한 뒤 전화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통화에서 소방 당국이 출동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으며, 이어 '소방청이 단전·단수 요청을 받은 것이 있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허 전 청장이 특별한 상황은 없고, 요청받은 것도 없다고 하자 이 전 장관이 언론사를 언급했다고 한다.

허 전 청장은 "그때부터 이 전 장관 말씀이 빨라지며 언론사 몇 곳을 말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며 "이렇게를 빨리 말씀하셔서 몇 번 되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24시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된다, 혹은 진입한다'고 말씀하셨고, '연락이 오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전 장관 지시에 대해) 해석을 이렇게 했다.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되면 안에 있는 분들이 저항하지 않겠나"라며 "언론사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서 성을 공격하면 옛날에 성안에 물을 끊고 쌀을 끊고 하지 않나. 그래서 우리(소방)에 단전·단수를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방에) 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사다리차가 있으니 다른 요청이 있을 수 있는데 앞에서 단전·단수 요청을 말해서 경찰이 단전·단수를 요청하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허 전 청장은 "단전·단수는 소방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라며 "30년간 쭉 (일하며) 청장까지 했는데 단전·단수를 해 본 적도, 지시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장관과의 전화를 끝낸 뒤 '단전·단수를 하면 엘리베이터도 멈춘다. 또 소방은 물이 필수인데 물이 차단되고 건물은 위험해진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전 청장은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으려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에게 '단전·단수가 우리 의무인가'라고 물어봤고, 이 전 차장으로부터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다른 소방청 간부들 역시 '신중하게 생각하시라'고 해 허 전 청장은 '단전·단수는 소방청의 의무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허 전 청장은 이 전 장관과의 통화 이후 서울소방재난본부, 경기도 재난본부 등에 전화한 경위에 대해선 "국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상황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헌법재판소 웹하드 영상 캡처) 2025.0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오후엔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그는 "이 사건과 관련, 피의자로 입건돼 형사처벌 우려가 있다"며 "허락한다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며 이 전 차장의 증인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4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0일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이 전 장관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는데, 재판부는 추후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계엄법상 주무 부처 장관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한 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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