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스윔스 "삶의 취약점은 소통 기회…걸스데이 혜리 팬"

기사등록 2025/11/16 08:03:00 최종수정 2025/11/18 14:15:32

글로벌 히트곡 '루즈 컨트롤' 주인공

빌보드 '핫100' 최장 차트진입 112주 기록 노래

15일 KBS 아레나서 첫 내한공연

'퓨너럴' 무대서 팬들에게 사인하며 흔들림 없은 가창력 증명

[서울=뉴시스] 테디 스윔스. (사진 =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2025.1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디 스윔스(Teddy Swims)의 대표곡 '루즈 컨트롤(Lose Control)'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57년 역사상 가장 오래 차트에 머문 곡이다.

스윔스가 2023년 6월23일 발매한 데뷔 정규 앨범 '아이브 에브리싱 투 세러피 파트 원(I've Everything to Therapy Party 1)'의 두 번째 싱글로, 2023년 8월26일자 '핫100' 차트에 99위로 데뷔했다.

작년 3월30일자 '핫100' 차트에선 1위를 찍었다. 해당 차트에 112주 머물다 지난달 25일 자에서 이 차트에서 나갔다. 인기가 떨어져서 차트 아웃이 된 게 아니라, 빌보드가 차트순위 선정 기준을 변경(78주 후 5위 이하·52주 후 10위 이하·26주 후 25위 이하·20주 후 50위 이하)하면서, 일종의 명예 퇴장했다. 스윔스의 '루즈 컨트롤' 다음으로 '핫100'에 오래 머문 곡은 영국 록밴드 '글래스 애니멀스(Glass Animals)'의 '히트 웨이브스(Heat Waves)'(91주)다.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연 첫 단독 내한공연 '아이브 트라이드 에브리싱 벗 세러피 투어(I've Tried Everything But Therapy Tour)'에서 '루즈 컨트롤' 인기는 확인됐다. 스윔스의 솔풀한 폭발적인 가창력을 넋놓고 바라보던 관객들은 주술처럼 홀린 채 자기도 모르게 이 곡을 떼창하는 모습을 발견했으니까.

공연 직전 국내 언론과 만난 스윔스는 "곡을 쓸 때 이 노래가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인기를 누릴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20년 동안 음악을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영광이죠. 정말 감사하고 정말 놀라운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를 제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많은 분들이 듣고 있잖아요."

201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스윔스는 대기만성의 아티스트다. R&B, 솔, 팝 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멜팅 팟 장르의 스윔스는 2021년 빌보드 차트에 데뷔했고, 올해 '제 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 후보로 지명됐다. 그래미 어워즈는 아티스트 측이 원하는 카테고리에 자신의 작품을 후보로 제출하면, 시상식 주최 기관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신인상의 경우 활동 시작이 아닌 정규 앨범 등을 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해를 감안해 후보를 정한다.

스윔스는 2019년부터 유튜브에 올린 커버 영상들로 주목을 받았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마빈 게이(Marvin Gaye) 등의 노래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소화했다. 이젠 다른 가수들이 '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그의 노래를 커버한다.
[뉴욕=AP/뉴시스] 테디 스윔스
"꽤 무서웠어요. 노래가 유명해지면, 자기 비교를 많이 하게 되잖아요. 이 노래만큼 좋은 노래를 쓰는 건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죠. 제 노래가 커버된다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에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많은 가수들이 커버곡에만 영원히 갇혀서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두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곡의 서사화를 빚어내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은 물론 부드러운 고음까지 스윔스의 가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날 콘서트에선 '퓨너럴(Funeral)'을 부르는 내내 플로어석으로 내려와 사인을 하면서도 가창력이 흔들리지 않는 진기명기를 선보였다.

가장 커버하기 어려웠던 곡으로는 고음과 감미로운 목소리가 인상적인 미국 밴드 '저니'의 보컬이었던 스티브 페리의 '돈트 스톱 빌리빙(Dont stop believing)'을 꼽았다. "엄청난 노래죠. 스티브 페리는 무섭죠. 정말 어려웠어요. 하하."

'아이브 트라이드 에브리싱 벗 세러피(파트 1)'와 올해 초 발매된 이 앨범의 후속작이자 내년 2월 '제 68회 그래미 어워즈'의 '베스트 팝 보컬 앨범' 후보에도 오른 '아이브 트라이드 에브리싱 벗 세러피(파트 2)'는 스윔스가 내밀한 상담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자기 발견 여정을 공유한 기록이다. 수염이 가득한 얼굴과 두피 그리고 온몸을 뒤덮은 문신은 그의 마음 속 지도가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취약점을 두려워하죠. 하지만 전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삶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거든요. 제 정신 건강 문제부터 삶까지, 사람들과 소통할 때 외로움을 덜 느낍니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외로움을 덜 느껴요. 우리는 본질적으로 외로움을 느끼잖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죠. 우리 모두 사랑과 상실을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여러 면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거죠. 물론 제 생각을 솔직하게 세상에 내놓은 것이 어떻게 보일 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 두려움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스윔스는 화려한 패션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브릿 어워즈' 레드카펫에선 수많은 봉제 인형이 달린 망토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각적 과함이 음악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게 스윔스의 매력이다.

"음악과 비주얼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자신을 표현하고 개성을 표현하는 두 가지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패션과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다양한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최대한 진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런던=AP/뉴시스] 테디 스윔스 '브릿 어워즈 2025' 레드카펫 모습.
언젠가부터 국내에서 '테토남', '에겐남' 같은 신조어들이 유행이다. '테토'와 '에겐'은 각각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라고 잘못 알려진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을 줄인 말이다. 즉 테토남은 남성스러운 남자, 에겐남은 여성스러운 남자를 뜻한다. 남성 유형에 대한 이 이분법적인 태도는 다양성에 일조하는 스윔스에게 특히 가닿지 않는다. 학창 시절 미식축구를 한 덩치가 큰 스윔스는 평상시 '아름답다' '사랑한다' 등 다정한 말을 여러 사람에게 서슴없이 전한다. 이날도 내내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묻는 질문에 세심하게 친절하게 답했다.
 
"제가 무섭게 보이거나 남성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 확실히 아주 다정해요. 하하. 그냥 다정한 남자입니다. 어떤 측면에선 겁쟁이라고 할 수 있죠. 마음과 성격 그리고 자신을 형성한 것들은 속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매우 강인한 분이셨지만 동시에 매우 다정한 분이셨죠. 저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그분처럼 되려고 노력합니다."

올해 아들을 얻어 아빠가 되기도 한 스윔스는 "우리 아버지처럼 저도 되고 싶어요. 친절하고, 다정하고, 온화하고, 동시에 강하고 싶어요. 아들에겐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네가 원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선 모든 것을 겪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엔 현재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전 제 인생에서 오랫동안 항상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며 특정 어딘가에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것도 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중요하죠."

스윔스가 태어나고 자란 조지아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혼재돼 있는 곳이다. 특히 힙합과 R&B가 강세인 지역이었다. 스윔스는 그런데 초창기 메탈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오티스 레딩이에요. 어셔, 아웃캐스트, 레이 찰스 등을 많이 들었는데 조지아엔 좋은 컨트리 음악도 정말 많아요. 아주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용광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영감을 준 뮤지션으로는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제시를 꼽았다. "저는 제 가장 친한 친구 제시처럼 되고 싶어요. 우리는 13세, 14세 때부터 같이 연주했어요. 제시의 아버지가 밴드 활동을 하면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셨는데, 우리는 그 분처럼 되고 싶었죠."
[서울=뉴시스] 테디 스윔스.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2025.1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자신의 현재 가장 큰 영감은 아들이다. 아들을 위해 모든 걸 하고 싶다는 그는 아들을 위한 곡 '스몰 핸즈(Small Hands)'를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아들에겐 또한 팝의 고전인 미국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 영국 밴드 '비틀스'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특정 장르를 피하고 싶지 않다는 스윔스는 K-팝 아티스트들과 협업도 강력하게 원했다. 최근 한 자리에서 만난 그룹 '갓세븐' 멤버 뱀뱀과는 협업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K-팝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K-팝 그룹은 '걸스데이'다. 이들의 오랜 팬이라는 스윔스의 최애 멤버는 혜리다. "미소가 정말 아름다워요. 천사처럼 완벽해요. 하하." 한국은 음식도 너무 맛있고, 사람들도 다 친절하다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었다.

'그래미 어워즈' 등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한 스윔스의 무대 욕심도 끝이 없다. 언젠가 뉴욕 매디슨 스퀘어, 라스베이거스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특별한 음색을 지닌 스윔스는 사실 노력파다. 오랫동안 노래를 잘하지 못했다며 "계속 연습했어요. 잘할 때까지 계속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노래를 연습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많은 가수들의 노래를 접했고 그들이 자신들의 입과 가슴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숨 쉬는지 연구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려고 항상 노력했고, 마침내 제게 딱 맞는 방법을 찾았죠."

누구나 아는 히트곡을 만든 이후의 행보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스윔스는 "압박감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고 하잖아요"라며 미소지었다. "히트곡을 만들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히트곡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만들고, 그 곡을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죠. 아울러 전 그저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려고 노력해요. 전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윔스는 그의 치아에 박힌 다이아몬드보다 본인 자체가 더 반짝반짝 빛나는 뮤지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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