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은 패배"…트럼프, '셧다운' 후폭풍 맞나

기사등록 2025/11/13 14:59:45

예산안 통과…의료보험 보조금 연장 빠져

민주당 내부 "트럼프에 굴복했다" 불만

공화당, 내년 중간선거서 역풍 맞을 수도

트럼프 "민주당과 의료보험 함께 추진"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의회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고 있다. 2025.11.13.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미국 공화당이 핵심 양보 없이 임시 예산안을 관철하면서 역대 최장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의료보험 보조금 연장 불발로 건강보험료 급등이 예고되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여론 불만이 악화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밤 워싱턴 백악관에서 의회의 임시 예산안에 서명했다. 하원이 이날 본회의에서 법안을 찬성 222대 반대 209로 통과시킨 지 한 시간 만에 신속 처리했다.

이번 셧다운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 보조금 확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역대 최장기간 이어졌다.

민주당은 연말 종료되는 ACA 보험료 보조금 확대 조치를 예산안이나 임시지출법에 포함해 연장하길 요구했다.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연장을 별도 사안이라며 맞섰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공무원 강제 무급 휴가, 저소득층 식비 지원 중단, 항공 교통 차질 등 피해는 커졌다. 이에 부담을 느낀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 8명은 찬성으로 돌아섰고, 상원은 지난 10일 임시 예산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요구한 오바마케어 연장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보험료 세액공제 연장 표결을 추후 실시한다는 조항으로 담겼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하원이 12일(현지 시간) 연방 정부 업무 재개를 위한 임시 예산안을 찬성 222, 반대 209로 통과시켰다. 사진은 하원 중계 갈무리. 2025.11.13.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3월 공화당과 협력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지층 분노를 샀는데,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교체를 요구하며 "수백만 미국인의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우리의 기본 가치를 위해 싸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ACA 세액공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내년 보험료 상승에 더해 건강보험료가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원 공화당이 ACA 표결을 진행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만큼 의회에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공화당 내부에선 의료보험 보조금 연장이 중단될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서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대선 캠프 최고 고문을 지낸 토니 파브리지오가 공동 작성한 지난 7월 메모에는 공화당이 세액 공제를 만료시키면 공화당 후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이저패밀리재단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74%가 오바마케어 연장을 지지했으며, 이 중 75%가량은 의회가 연장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공화당 의원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슈머 원내대표도 "공화당은 이제 (의료보험 문제 후폭풍을) 책임져야 한다"며 "우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공화당이 거부했다"고 맹공격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공화당 강경파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 (사진=뉴시스DB) 2025.11.13.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한 공화당 의원들은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마가(MAGA, 트럼프 강성 지지층)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도 ACA 세액공제가 만료되면 건강보험을 감당할 수 없다는 유권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공화당 지도부가 보험료 인상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경합주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10여 명은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부는 최대 2년간 연장하는 초당적 제안을 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의회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2025.11.13.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인식한 듯 건강보험료 관련 민주당과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임시 예산안 서명식에서 "나는 항상 상대 정당을 포함해 누구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의료보험 관련 사안을 함께 추진할 것이다. 우린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그들이 우리나라에 저지른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필리버스터를 폐지해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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