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항소 포기 납득 안돼"…총장 대행에 설명 요구(종합)

기사등록 2025/11/10 18:09:33

지청장·법무연수원 교수·대검 연구관들도 입장 요청

"항소 포기 이른 경위·법리적 근거 상세히 설명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김래현 기자 = 전국 일선 검사장들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요구했다.

이에 더해 일선 지청장에 이어 신임 검사들을 교육하는 법무연수원 교수,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들까지 노 대행에게 설명을 요구하면서 검찰 내부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일선 검사장들의 글이 올라왔다.

일선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글에는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들도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의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는 입장문을 노 대행에게 전달했다.

검찰총장의 참모인 대검 부장들도 오전 회의에서 노 대행에게 구두로 용퇴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하담미 안양지청장, 임일수 성남지청장, 이동균 안산지청장 등 차치지청 8곳의 지청장들도 노 대행을 향해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

지청장들은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년에 걸쳐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 중대 부패범죄 사건에서 직접 공소유지를 담당해 온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합리적 설명 없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경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신임검사 교육 담당 교수들도 노 대행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에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 1심 선고 후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며 조직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대장동 사건은 무죄 판단이 난 부분이 있고,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는 점 등에서 검찰도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1심 재판부가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한 법률적 쟁점들에 관한 추가 판단을 위해서라도 항소가 필요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기도 하다.

형사 사건은 선고일로부터 7일 내 항소를 제기해야 해 항소 시한은 지난 7일까지였다.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항소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이미 내부 결재까지 마쳤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에 항소하겠다는 보고가 법무부로 넘어간 후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팀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떤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 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반발했다.
    
수사를 맡았던 강백신 부산고검 검사도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항소 필요 판단을 번복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대검 및 법무부 수뇌부는 명확히 국민과 검찰 구성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는 등 내부에서 잡음이 커지자 노 대행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 지검장은 노 대행이 입장을 낸 직후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며 반발했다.

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중앙지검의 의견은 다르다는 입장까지 밝히며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 지휘부가 법무부의 의견을 듣고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검으로부터 항소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받은 후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말했다"며 "개략적으로 판결을 봤으나 법리적 측면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정 장관은 "법무장관 취임 이래 사건 관련해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과 통화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신중 검토 의견은 법무차관 등 참모들 보고 당시 공개된 장소에서 이야기 했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검찰 내부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일선 검사들은 본래 본인이 맡은 검찰 임무들과 현재 가지고 있는 수사권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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