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전통 갑옷과 투구, 국가민속문화유산 된다

기사등록 2025/10/31 09:45:18 최종수정 2025/10/31 10:10:24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 지정 예고

전용 보관함까지 갖춘 학술성·예술성 가진 유산

[서울=뉴시스]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甲冑)와 갑주함(甲冑函) 중 갑옷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국가유산청이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甲冑)와 갑주함(甲冑函)'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갑주'는 갑옷과 투구를 함께 이른다. 갑옷은 화살이나 창검을 막기 위해 쇠나 가죽으로 만든 미늘(갑옷에 단 비늘 모양의 가죽 조각이나 쇳조각)을 붙여 제작한 옷이다. 투구는 무기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역시 쇠와 가죽으로 만들어 머리에 썼던 모자다.

조선시대 갑주 중 현재까지 전하는 유물은 대부분 시기적으로 19세기 이후의 것이다.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은 1975년 온양민속박물관 개관 준비 당시 박물관 설립자 구정(龜亭) 김원대(1921~2000) 선생이 지인의 집안에 전해오던 유물을 구입해 소장한 것이다.

갑옷과 투구뿐 아니라 보관함 등 부속품까지 온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이번 지정 예고 대상은 19세기 후기 제작품으로 추정된다. 높은 공예 수준으로 보아 왕실 의장용 또는 전시용으로 제작·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구성품이 온전하고 보존상태가 우수해 이 시기 갑옷과 투구의 형태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정교한 공예기술로 이뤄낸 뛰어난 조형성과 예술성도 보인다. 

홍색 전(氈)과 청색 운보문단(雲寶文緞)으로 지은 갑옷은 조선후기 전형적인 두루마기형 전갑(氈甲) 형식을 취했다. 좌우대칭형이며 소매가 짧고, 활동이 편하도록 양 옆이 트여 있다.

갑옷 겉감에 둥근 두정(頭頂·금속으로 만든 둥글납작한 장식) 장식을 일정 간격으로 부착하고 금속으로 만든 사조룡(四爪龍·발가락이 4개 달린 용)과 호랑이 형상, 여의주(如意珠) 등을 앞뒤에 부착해 장식했다.

양 어깨에 부착한 용 형태의 견철(肩鐵·갑옷 어깨 부분에 부착된 용 모양 장식)은 네 마디로 나뉜 몸에 용의 입과 혀가 함께 움직이도록 정교하게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
[서울=뉴시스]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甲冑)와 갑주함(甲冑函) 중 투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투구는 정수리 장식, 투구감투, 목을 보호하기 위한 드림 부분으로 구성된다. 위가 뾰족한 반구형을 띠는 감투 부분은 금속 바탕에 은입사(銀入絲)로 무늬를 장식했다. 앞뒤 양옆에 금속으로 세밀하게 제작한 봉황과 사조룡 형상을 부착했다.

감투 앞쪽에는 금속 차양을, 그 아래로는 눈 주위 곡선을 따른 형태의 이마가리개를 각각 부착해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중앙에 백한(白鷴·꿩과의 조류)을 섬세하게 투각한 옥판을 부착해 장식성을 높였다.

투구 위에 달린 기둥인 간주(幹柱)도 보주(寶珠·보배로운 구슬)와 화염문(火焰文·불꽃 무늬) 등 정교한 세부 장식이 돋보인다.

갑주함은 전통 목칠 기법으로 제작됐다. 내부는 위아래에 투구와 갑옷을 각각 효율적으로 분리 보관하도록 설계됐다.
[서울=뉴시스]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甲冑函) 중 간주함과 간주보자기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형 간주함과 보자기는 투구의 간주를 별도 보관하기 위한 물품이다. 간주를 보자기로 감싸 넣은 간주함을 다시 갑주함에 수납해 갑주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정성과 지혜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유물에 대해 갑옷과 투구뿐 아니라 갑주함과 간주함, 간주보자기까지 남아 있고 갑옷과 투구의 전체 구조, 주요 문양, 금속장식, 가장자리 모피 등이 온전히 보존돼 높은 완전성을 보여주며, 조선말기 갑주 관련 공예 기술을 연구하고 복원하기 위한 귀중한 학술 자료로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이 유믈에 대해 30일간 예고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