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문학의 선구자 한국서 수상해 자랑스럽다"
전민철, 비자 절차 마무리돼 마린스키 공식 단원
중국계 미국인 에릭 루, 쇼팽 콩쿠르 재도전 우승
[서울=뉴시스]김상윤 수습 기자 = 뉴시스는 한 주 동안 문화예술계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주에는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69),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정식 등록된 발레리노 전민철(21),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릭 루(27)가 선정됐다.
◆고통스런 삶 속에서 찾아가는 정체성
인도 출신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제14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17일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고시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방대하고 복잡한 역사의 물줄기를 묘사하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전쟁의 참상과 파괴에 대응하는 개인들의 몸부림을 절박하게 그려냄으로써 탈식민주의와 정체성 탐구라는 주제를 작품 속에 성공적으로 담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고시는 1956년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나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등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86년 장편소설 '이성의 원'으로 등단해 이 작품으로 1990년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그는 식민주의, 기후위기, 인도 및 남아시아인 정체성, 가부장제 등을 비판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희생되는 하위계층의 삶을 조명해왔다. 대표작으로는 아편전쟁 직전인 18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아이비스 3부작'('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 '유리궁전'(2000), '육두구의 저주'(2021) 등이 있다.
고시는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4회 박경리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방글라데시 출신인데 인도에서 자라 고향과의 연결고리 없이 살아왔다"며 박경리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분단'을 자신의 작품과 연결지었다. 이어 "(박경리 작가) 작품에서 한국의 빈곤시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나 역시 빈곤국 출신으로 삶과 문화에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서구 국가임에도 한국은 문화의 선구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상자로 선정돼 나자신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2025 세계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한다.
◆공식 퍼스트 솔로이스트로서 서는 첫 주연 무대
발레리노 전민철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정식 등록됐다. 한국인 단원으로는 발레리나 유지연, 발레리노 김기민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다.
마린스키 발레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민철은 퍼스트 솔로이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오디션에 합격해 지난 6월부터 발레단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비자 발급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아 그간 공식 게스트 아티스트 자격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7월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 역할을 맡으며 첫 무대를 가졌다.
1740년 설립된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마린스키 극장 소속의 발레단으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다. 마린스키 발레단 단원 등급은 ▲코르드 발레(군무) ▲코리페(군무 리더) ▲세컨드 솔로이스트 ▲퍼스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수석무용수) 등 총 5단계로 이뤄진다. 전민철은 차상위 등급인 퍼스트 솔로이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민철은 선화예중, 선화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23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파드되(2인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올해 같은 대회에서 시니어 남자 부문 그랑프리 대상을 받았다.
오는 25일에는 마린스키 발레단 공식 입단 후 첫 작품인 '지젤'에 남자주인공 "알브레히트"역으로 출연한다.
◆10년 만에 거머쥔 값진 우승
중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가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쇼팽 콩쿠르 홈페이지에 따르면 에릭 루가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대만 출신 아버지와 중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다.
국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했던 2015년에도 쇼팽 콩쿠르에 출전해 4위로 입상했던 에릭 루는 2018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다.
쇼팽 국제 콩쿠르는 폴란드 역사상 최고의 음악가로 꼽히는 쇼팽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콩쿠르다. 1927년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단일 음악 콩쿠르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과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5년마다 바르샤바에서 개최되며 참가 대상은 16~30세의 연주자로 쇼팽의 작품만 연주해야 한다.
에릭 루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오는 11월 내한해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내달 21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제820회 정기연주회'에 올라 악단과 협연한다. 내달 26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지난 2022년 한국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개최한 지 3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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