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신 인프라 기투자 4700억 vs 우주청 '매몰 63억' 축소 평가 논란
"2035년 완성 땐 글로벌 경쟁 후발…국내 위성 수요 전략 시급"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국내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우주항공청이 수천억 원 규모의 기존 인프라 매몰비용을 25억 원 수준으로 축소 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의 추진제를 케로신(등유)에서 메탄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인프라 구축비로 2980억원을 산출했다.
이와 달리 기존 케로신 기반 인프라의 매몰비용은 '25억원 수준'이라는 내부 평가치만 제시해 객관적 산정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산업계는 '기존 케로신 설비는 구조와 규격이 달라 활용이 불가능하다'며 수천억 원 규모의 매몰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케로신 인프라에는 이미 4700억 원이 투입된 상태다.
이와 달리 우주청은 케로신 엔진 설계비와 일부 시험설비 개조비가 다른 과제에서 재활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매몰 규모를 다르게 평가했다. 특히 해당 평가는 외부 검증 없이 내부 자체 판단만으로 이뤄져 신뢰성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시한 차세대 발사체 발사단가는 소모형 기준 1300억원, 재사용형 기준 500억원이다. 이는 정비·보험·인건비 등 실제 운영비가 반영되지 않은 단순 계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산 메탄 재사용 발사체의 추정 단가는 회당 1261억원으로 미국 스페이스X '팔콘9'(977억원) 대비 경쟁력이 낮다.
최 의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은 LNG(메탄) 전량 수입 구조로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며 "메탄 추진체 전환의 실익은 재사용 편의성에 한정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발사체는 2035년 완성 예정이지만,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재사용 발사체를 상용화해 한국은 최소 10년 이상 후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국산 발사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제시장 경쟁만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닌 국내 공공·민간 위성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최 의원은 "케로신 인프라 매몰 규모와 메탄 전환 비용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외부 회계·검증 기관을 통한 객관적 산정과 총소유비용(TCO) 기반의 국제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35년 완성 시점의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할 때, 국제시장 진출만을 전제할 것이 아니라 국내 위성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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