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길" 광주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

기사등록 2025/10/04 10:01:00

함께 밥 먹고 이야기 나눠…정서적 지지·관계 형성

공감대 가진 친구 만나 힘들 때 돕고 빈자리 채워

김남중 대표 "모든 청년 자립 돕는 단체 되고파"

[광주=뉴시스]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김남중 대표. 2025.10.03. pboxe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추석 명절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가족, 친지와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유독 외로움에 휩싸이는 이들이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다.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면, 부러움을 넘어 공허함마저 느낀다.

이런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광주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청년이 있다. '한울'을 운영하는 김남중(30) 대표다. 그는 2022년 8월 '지역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는 의미를 담아 커뮤니티 '한울'을 설립했다.

김 대표 역시 자립준비청년이다. 한울을 설립할 당시 지역에서 20대 자립준비청년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누구보다 공감이 됐다고.

김 대표는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거듭했다. 적어도 지역에서 당사자들끼리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돕고 사회적 가족, 사회적 지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립에 필요한 토대를 조성해주고 싶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보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 18세에서 24세 자립을 준비한다. 머무를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일자리를 찾는 것 외에도 새로운 삶에서 크고 작은 벽에 부딪힌다. 홀로서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엄습하는 막연한 불안감은 피해갈 수 없다.

김 대표는 "자립을 준비할 때 기대감도 있지만 불안감이 더 크다. 앞으로 마주할 일상에서 겪을 문제들이 얼마나 크고 깊을 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며 "자립 후에도 두려움과 불안감은 똑같다. 이를 극복해가는 것이 자립의 과정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광주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이 운영하는 월간 식구 행사에서 청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한울 제공) 2025.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울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한달에 한 번 모여 식사를 하는 '월간 식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대부분 혼자 밥을 먹던 청년들이 모여 함께 식사합니다. 명절 때나 길거리를 걷다 외식하는 가족들을 보면 그게 참 행복해보이고 부러웠죠. 우리들도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서적 지지와 안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식탁에 맞주 앉아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인적 관계를 형성한다. 식구처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일상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고, 자립에 필요한 정보를 교류한다. 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어른(멘토)이나 이웃들도 참여해 사회적 지지 체계도 넓혀간다.

외로움이 깊어지는 명절에도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나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립의 토대를 다질 수 있는 금융·주거·노무 등 역량강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이나 인식 때문에 자립준비청년인 것을 밝히기 꺼려합니다. 그러니 나와 같은 당사자를 만날 수가 없죠. 한울에서는 우리 동네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과 공감대를 가진 친구, 선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공감대를 가진 친구와 인연을 맺고 자주 만나게 되면서 한울 밖에서도 자연스레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병원에서 보호자가 필요할 때, 이사를 해야할 때, 장학금을 신청할 때 등 크고 작은 일에 가족처럼 서로 돕고 힘이 되어준다.

자립준비청년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된 한울은 설립 당시 김 대표를 포함해 3명이던 참여자가 올해 46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울이 성장하면서 김 대표의 바램도 커졌다. 자립 후 5년 동안 행정적 지원이 있지만 이 기간 내 미처 자립을 준비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보호종료 기간과 관계없이 모든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한울을 키워가고 싶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를 위한 단체로 사회 정착과 일상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진로나 일 경험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는 가족돌봄, 은둔형고립청년 등 자립의 과정이 필요한 모든 청년들의 단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김남중 대표가 단체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5.10.03. pboxe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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