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에 산업·에너지 정책 32년 만에 분리
산업계, 전기요금·탄소 규제 강화 우려 커져
발전공기업, 석탄 전환 압박부터 통폐합까지
원전 업계, '제2의 탈원전' 가능성도 제기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방점…부작용 생겨"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전부터 제기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하면서 규제 강화에 대한 산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발전원이 재생에너지에만 치중될 수 있다는 석탄·원전 업계의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5일 기후부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성환 기후부 장관 초청 최고경영책임자(CEO) 조찬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이 환경부로 이관되며 기후부가 출범하는 날이었다.
김 장관이 기후부 신설 직전 산업계와 만난 것은 우리 제조업계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규제 중심의 환경부와 진흥 중심의 산업부는 정책 방향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 부처에 기후·환경 규제와 에너지 산업 진흥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동시에 부여되는 만큼 이 두 기능이 화학적으로 수월하게 결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장관이 직접 전기요금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으나 산업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원전·화력 발전이 가장 저렴한 상황에서, 기후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치중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생산 원가 전망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균등화비용(LCOE)은 1㎿h(메가와트시)당 태양광은 96.56달러, 해상풍력은 160.98달러다.
반면 원전(경수로 기준)의 경우 1㎿h당 53.30달러로 태양광의 절반 수준이며, 석탄화력(초임계압 기준)은 75.59달러, 가스복합은 86.76달러인 것으로 조사된다.
더욱이 산업계에서는 신설된 기후부가 전기요금뿐 아니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도 총괄하는 만큼, 환경 규제 역시 강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최근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2035 NDC'에 대해 "현실적인 목표치 설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에 전했다.
전통 제조기업뿐 아니라 에너지 업계의 불안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산업부에서 기후부로 자리를 옮기게 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들(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이 대표적이다.
석탄화력 발전에 의존하는 발전공기업들은 기후부 편입에 따라 탈석탄 압박을 거세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석탄 전환 가속화를 전제로 한 발전공기업 통폐합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발전회사가 20년마다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변화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통합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기윤 남동발전 사장 역시 "부처의 이동 등 이해관계가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다만 기후 대응은 세계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가면 좀 더 우리의 어려움을 풀어나갈 수 있지 않느냐는 희망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외에도 김 장관이 과거 탈원전을 강조해 온 만큼 원전 업계에서는 '제 2의 탈원전'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원전 업계는 기후부 출범 전부터 조직 개편에 거세게 반대해왔다. 한국원자력학회는 "기후부 신설은 원자력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원전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며 방침을 재고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역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부 개편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반대하며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기후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치중할 경우 뒤따를 부작용을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중요한 방점이 찍혀 있고 연결 지어서 봤을 때 결국 기후부가 출범한 것인데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목표를 두고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 부작용이 많이 생겨지 않을까 싶다"며 "균형 있게 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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