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결합으로 금융 규제 딛고 '빅피처' 승부수
최대주주 송치형 의장, 네이버파이낸셜과 역으로 합병 후 나스닥 상장 노릴듯
[서울=뉴시스]이지영 김진아 기자 = 연간 영업이익 1조원대 두나무가 네이버 계열사가 된다는 소식에 금융·가상자산 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돈 잘 버는 두나무가 굳이 왜?"라는 의문이 퍼지면서다. 제재 수위에 따라 수조원대 과징금까지 받을 수 있는 두나무에게 네이버는 최고의 규제 리스크 대응 파트너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가 네이버 비상장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두나무가 네이버 손자회사로 편입되는 셈이다.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한 신주를 기존 두나무 주주가 보유한 지분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공룡과 포털 공룡의 만남…배경은 규제?
체급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딜이다. 가상자산 공룡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약세장에서 연간 1조원을, 강세장에서 3조원에 육박한 이익을 내는 곳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영업이익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파격적 딜의 배경은 두나무가 처한 규제 리스크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두나무는 특정 고객정보 관리 및 미공개정보 관련으로 금융당국 제재심에 회부된 상태다. 제재 수위에 따라 수조원대 과징금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규제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등과 같은 신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 지점에서 두나무가 규제 리스크를 향후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생각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두나무 독자적으로는 규제 리스크란 벽을 뚫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다. 검색·광고·커머스 등 사회 인프라급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정부와 규제당국으로부터 제도권 플레이어로 인정받았다. 특히 네이버는 정부와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두나무로서는 네이버와 결합이 제도권 신뢰도를 확보하는 지름길로 여겨질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새로운 금융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당국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네이버와 공동 대응을 통해 규제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슈퍼앱으로 '디지털 원화' 글로벌화 이룰까
이번 빅딜은 두 회사의 결핍에서도 비롯했다.
네이버는 검색·광고·커머스 등 기존 사업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다졌지만, 신성장 동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주가가 지난 2021년 7월 46만5000원대를 찍은 이후 4년 넘게 20만원대 머무르는 것 역시 이를 반영한다.
두나무는 연간 1~3조원대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다만 이익 대부분이 창출되는 업비트의 단조로운 사업 구조가 약점으로 꼽혀왔다. 거래소 사업 특성상 수수료에만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다.
정리하면 확실히 돈을 버는 신사업이 필요한 네이버와 사업의 다각화가 간절한 두나무가 몸집을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는 두나무를 품은 네이버와 네이버페이가 쇼핑과 금융, 가상자산 거래까지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사이즈로만 본다면 두나무가 일단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송치형 의장이 최대주주가 될 수밖에 없어 나중에 두나무를 중심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을 합병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큰 그림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두 공룡의 만남은 디지털 원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화로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우선 네이버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업비트가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상장·유통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또 수십만 개에 달하는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통해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해당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준(準)디지털 화폐'로 격상할 수 있다. 그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용처 확보' 문제까지 해결되는 셈이다.
실제로 양사는 이번 빅딜 과정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 역시 지난 9일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5'에서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금융의 미래라고 주장한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과 현실 금융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가 되면서 금융은 미래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두나무는 미래의 금융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며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미래 금융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K-금융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상장 시 세제 부담도 고려
세제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식교환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주주들이 현금을 받지 않는 구조라 양도세 과세가 이연되기 때문이다. 독자 상장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면 세금이 즉시 발생하지만, 지주사 전환과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거치면 세제 부담을 뒤로 미룰 수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이면 합의를 통해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법적 제반 사항을 따졌을 때 법인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네이버페이와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으리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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