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첫 공판서 감정 신청 수용
전문가 촉탁 감정 거쳐 법률적 판단 방침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안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7명이 사상한 광주 아파트 신축현장 내 붕괴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하청사·감리업체 임직원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전문 감정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 부장판사)는 25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화정아이파크 시공사 현산, 타설 하청업체 가현건설, 감리업체 광장 등 법인 3곳과 현산 전 대표 등 각 업체 별 임직원 17명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동바리(지지대) 미설치와 공법 변경, 콘크리트 품질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201동 최상층인 39층 타설 과정에서 발생한 16개 층 연쇄 붕괴사고를 내 하청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이들은 현산의 현장 총 책임자 이모(53) 전 소장에게는 징역 4년을, 2단지 공구 관련 직급별 책임자 2명에게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관련 직원 2명에게는 과실책 정도와 역할 등에 비춰 징역 2년~2년6개월의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하청업체인 가현건설에서는 현장소장, 시공 책임자에게 각 징역 3~4년을, 실무자에게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감리업체 '광장' 소속 현장 감리, 총괄 감리 등 3명에는 징역 1~3년, 집행유예 3~5년을 선고했다.
다만 현산 전 대표이사와 전 건설본부장 등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인 별로는 현대산업개발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가현 벌금 3억원, 감리업체 벌금 1억원이 각 선고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은 검찰과 이들의 쌍방 항소로 열린 1심 선고 이후 8개월여 만에 처음 열렸다.
재판에서 현산을 비롯한 피고인 측은 각기 '유사 사고와의 처벌 형평을 고려해달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지지대 무단 설치 사실 등을 몰랐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반면 검사는 "원청과 하청사 경영진, 각 업체 안전 담당자·감리 등에게 사고 방지 관련 구체적 주의 의무가 없고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면서 "피해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한데도 서로 책임을 전가해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청사 가현건설 측은 '1심 과정에서 거짓 증언을 밝혀낼 새로운 사실관계가 밝혀졌다'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실조회·증인 신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사고 원인과 인과관계를 규명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의 전문 감정이 필요하다는 신청에 대해서는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를 보고 법률적 판단을 하면 될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감정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직권으로 관련 직능단체 또는 학회 둘 중 1곳에 감정 촉탁을 맡기기로 했다.
검사는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사건의 실체를 뜯어서 살피다 보면 피고인들에게 부당하게 무죄 선고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은 아닌지 우려한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재판부에 협조하겠다"며 감정신청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가 나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다음 재판 기일을 추후에 정하기로 했다.
앞선 1심은 전문가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최상층 아래 3개 층(PIT·38·37층) 동바리 조기 해체가 가장 주요했다고 봤다. 또 PIT층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을 구조 검토 없이 변경 역시 붕괴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전면 재시공에 돌입한 화정아이파크는 상가층(1~3층)을 제외한 주거층 철거가 모두 끝나 재공사에 돌입, 이르면 2027년 12월까지 재준공을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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