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순수의 시대' 워튼의 기담집 '무덤의 천사'

기사등록 2025/09/23 10:32:26
[서울=뉴시스] '무덤의 천사' (사진=민음사 제공) 2025.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소설 '순수의 시대'로 미국 여성 작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1862~1937)의 기담집 '무덤의 천사'가 국내에 출간됐다.

워튼은 공포 소설에 대해 "이성의 영역이 아닌, 우리 심연에 자리한 훨씬 원초적인 어둠을 들여다 보게 한다"며 "단순한 즐길 거리가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이런 시선을 담아낸다.

총 8편의 단편은 저자가 직접 겪은 두려움을 공포의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날카로운 통찰과 섬세한 문장이 빚어낸 공포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을 포착한다. 특히 당시 여성으로서 겪은 억압과 차별, 내면의 고통이 짙게 배어 있다.

미국 잡지 '보스톤 리뷰'는 "워튼의 공포 소설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고립된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현실과 초자연을 통합하는 서사"라고 평했다.

동명의 표제작 '무덤의 천사'는 폴리나 앤슨이 저명한 학자인 할아버지 오레스테스 앤슨의 업적을 정리하며 일생을 바친 이야기다. 모든걸 쏟아부었지만 세월과 함께 점점 잊혀져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자신의 헌신이 헛되고 부질없는 수고가 아니었는지 혼란에 빠진다.

"난 모든 걸 포기했어요. 모두가 할아버지를 기억하게 하려고요. 나 자신을 희생했고, 다른 사람들도 희생하게 했죠. 그분의 영광스러운 업적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건만, 죽어 버렸어요. 나만 남겨두고요, 나만 홀로 남겨 두고요!" ('무덤의 천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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