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로비' 한학자 총재 구속영장…'실세' 정원주도(종합)

기사등록 2025/09/18 16:21:01 최종수정 2025/09/18 17:04:24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횡령·증거인멸교사 등

소환 3차례 불응하고 임의 출석…혐의 완강히 부인

한학자, 총재 된 후 첫 구속기로…심사 내주 초 전망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09.1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박선정 김래현 기자 = 통일교의 윤석열 정권에 대한 '조직적 로비 의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지목된 한학자 총재와 전 총재 비서실장 정원주씨를 상대로 특별검사팀이 18일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이날 오전에 한 총재와 정씨를 상대로 이같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지난 2012년 9월 남편 문선명 총재가 별세한 후 통일교의 지도권을 행사해 온 이래 처음으로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정씨는 1990년대부터 한 총재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2015년 총재 비서실장에 올라 실권을 휘둘러 온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두 명에게 공통으로 적용된 죄명은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특검은 한 총재가 자신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 실현을 위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 하여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금품을 건네고 현안을 청탁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권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윤씨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특검은 배후에 한 총재와 정씨의 승인 및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2월 8일과 같은 해 3월 22일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찾아 한 총재를 접견한 정황을 파악했는데, 당시 자리에 정씨도 배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 등이 소위 '금일봉'으로 불리는 추가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교단 2인자' 정모씨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9.18. yesphoto@newsis.com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는 김 여사가 관련돼 있다. 윤씨는 교단 현안을 청탁할 다른 경로를 뚫고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지난 2022년 4~7월 3회에 걸쳐 도합 약 83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한 총재가 윤씨 등과 공모해 고가 선물을 건네면서 교단의 현안을 청탁했으며(청탁금지법 위반), 선물을 마련하는 데 교단 자금을 활용했다(업무상 횡령)고 본다.

한 총재와 정씨는 지난 2022년 10월 권 의원이 윤씨에게 전한 자신들의 미국 원정도박 수사 소식을 들은 후 윤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한 총재는 지난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등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교인들을 가입시켰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번 구속영장에는 이를 주된 죄명으로 담지는 않았으나 추가 수사를 위해 한 총재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해 전날 특검에서 9시간30여분 간 조사를 벌인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여기에는 한 총재가 3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날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보고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가평=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 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아래부터), 천승전, 천정궁박물관 모습. 2025.09.18. dahora83@newsis.com
앞서 특검은 지난 8일·11일·15일 한 총재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한 총재 측은 심장 질환 시술 등을 이유로 불응한 후 17일 또는 18일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특검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내비치자 한 총재는 전날 임의 출석해 조사 받았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지난 2015년부터 앓아 온 심장 계통 질환으로 건강이 악화돼 최근 시술을 받기로 했을 뿐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은 한 총재가 공범인 권 의원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뒤 협의 없이 날짜를 정해 임의로 출석했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한 총재 등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총재도 전날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았으나 주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귀갓길에도 권 의원에게 현금을 건네고 김 여사 측에 금품을 건넸다는 혐의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한 총재와 정씨는 다음주 초반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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