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인도는 영국이 아니라 한 회사에 정복당했다."
세계적 역사 저술가 윌리엄 달림플이 역사상 가장 충격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굴제국의 몰락과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영국 정부가 아니라 해외에 본사를 둔 한 회사, 바로 동인도회사였다는 것이다.
영국과 인도사를 탐구해온 달림플은 책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생각의힘)에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한 서사로 영(英)제국보다 먼저 제국이 된 최초 초국적 기업 탄생과 몰락을 그려낸다
저자는 런던 영국도서관 문서, 뉴델리 인도 국립문서고에 보관된 동인도 회사의 방대한 기록과 무굴 제국 역사가, 귀족, 서기들이 18세기에 걸쳐 내놓은 페르시아어 역사서를 활용해 정밀한 서사를 구축했다.
18세기 인도를 지배한 것은 영국 정부가 아니었다. 무역을 목적으로 세워진 작은 회사, 동인도회사가 무굴 제국의 몰락 속에 권력을 장악했다.
1765년 황제 샤 알람은 이 회사에 무릎 꿇었고, 세금 징수와 통치 권한을 넘겨줬다. 이 순간 동인도회사는 더 이상 일반적인 기업이 아니라 전례 없는 존재, 즉 공격적 식민 권력으로 변모한 국제 기업이 됐다.
무굴 제국은 세계 무역과 제조업을 지배하고 동시대 오스만 제국의 4배가 넘는 인구를 가졌던 거대한 나라였다.
저자는 동인도회사 침략뿐만이 아니라 무굴 제국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인 제국 내부 권력 다툼과 종교적 분열, 황제와 지방 토후들의 끊임없는 내전을 그려낸다.
이 책은 무굴 제국이라는 비극적 거울을 통해, 외부 힘에 의해 무력해진 국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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