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점국립대, 6년간 4만명 자퇴…'서울대 10개 만들기' 될까

기사등록 2025/09/10 05:00:00 최종수정 2025/09/10 09:36:26

2020~2025년 9개 거점국립대서 3만7297명 자퇴

한 해 평균 6216명…교육부, 조정훈 의원실에 제출

입학 정원의 18.2% 자퇴…"학생 잡을 방법 찾아야"

[부산=뉴시스] 부산대학교 (사진=부산대학교 제공) 2024.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최근 6년간 약 4만명의 지역 거점국립대 학생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점국립대의 중도 이탈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5년 9개 거점국립대에서 총 3만7297명이 자퇴했다. 연평균 6216명이 중도 이탈한 셈이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강원대 5872명 ▲경북대 5146명 ▲경상국립대 4262명 ▲부산대 4259명 ▲전남대 4681명 ▲전북대 4018명 ▲제주대 2315명 ▲충남대 3674명 ▲충북대 3070명 등이 자퇴했다.

같은 기간 9개 거점국립대의 모집 인원 대비 등록률은 99.7%로 신입생 입학은 활발했지만, 한 해 평균 입학 정원의 18.2%가 자퇴하면서 졸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자퇴율의 원인으로 대학 서열화에 따른 '인서울' 선호와 거점국립대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꼽았다. 한상욱 전북대 교수회 회장은 "학생들이 지방으로 왔다가 서울로 이동하려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대학 서열화"라며 "조금 더 나은 학교로 가려고 반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거점국립대 총장 출신인 A씨는 "공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로봇 제작, 자율주행, 반도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서울대 전경. 사진 서울대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부는 내년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과 관련해 거점국립대에 8733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산은 첨단 실험 실습 기자재 확충, 연구중심 대학 인센티브, 인공지능(AI) 거점대학 신설 등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 대학 단체들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분야 지원 예산을 연간 3조원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회장은 "연간 3조원에 비하면 이번 투자금은 약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니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밑그림을 그린 홍창남 부산대 교수도 "첫해에 9개 대학 전체를 지원하기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거점국립대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학생의 중도 이탈을 막을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씨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AI 대학 등도 중요하지만 학생을 지역에 잡아놓을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전한 지역의 토양을 만드는 것 없이는 투자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했다.

조정훈 의원은 "지방대학의 위기는 몇천억원의 예산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떠나지 않도록 주거, 취업, 연구 인프라, 지역 산업과의 연계 등 삶의 조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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