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유령법인 세워 계절근로 MOU 체결 시도
피해금 대다수, 주택 구매금·생활비로 탕진해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계절근로 비자를 미끼로 베트남인들에게 7억여원의 비용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마약수사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 B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계절근로 비자(E-8)를 발급해준다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발급비 명목으로 1인당 3000~6000달러, 총 6억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피해자 중 1명의 친인척이 국내에 불법체류자로 잡혀있자 "그를 풀어주고 합법적인 체류자 신분으로 바꿔주겠다"고 거짓말해 그에게 추가로 86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범행을 위해 22개 법인을 마구잡이로 설립, 지자체·대학 등에 계절근로자 모집에 대한 양해각서(MOU)·합의각서(MOA) 체결 신청을 했다.
하지만 A씨 법인 대다수는 유령법인이었고, 그 실질성을 의심한 지자체 등은 정식으로 MOU를 체결하지 않았다.
MOU 체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A씨 등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절근로 신청을 하면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하며 피해자를 모집했다.
국내에 있던 결혼 이민자들은 자국에 있는 친인척들을 위해 이 광고를 소개하면서 신청을 권유했다. 피해자들은 친척들을 믿고 비자 발급을 받기 위해 A씨와 접촉했다.
A씨 법인은 정식 MOU 체결도 되지 않은 만큼 계절근로 비자는 당연히 발급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수차례 환불 요구를 했지만 A씨 등은 이를 무시한 채 받아난 돈 약 5억6000만원을 주택 매매 자금과 생활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입은 친인척들을 위해 광고를 소개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돈을 털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도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피해 회복을 도와준 국내 이민자들도 추가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법인도 정상적으로 수익이 나고 있고, 비자 발급도 도와주려고 했다(A씨)" "나는 단순 직원일 뿐 사기인 줄 몰랐다(B씨)"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민 전북청 마약수사계장은 "비자 발급을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할 경우 모집 업체와 지자체에 사전 확인을 하는 등 도민분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은 전북도와 협조해 도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를 강화하고 피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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