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제천 공공 체육시설 독차지 눈총

기사등록 2025/08/21 06:52:21 최종수정 2025/08/26 17:11:57

체육단체에 관리 위탁 이유 전용 사용료도 안 받아

제천시가 조성한 송학야구장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뉴시스] 이병찬 기자 = 충북 제천시가 공적 자금을 들여 조성한 체육시설들이 특정 단체 전용 시설로 변질하고 있다. 시설을 이용하려는 일반 시민들은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21일 시에 따르면 시가 조성한 20여개 공공 체육시설은 시 직영 또는 생활체육단체 민간사무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천체육관과 종합운동장, 축구센터 등 중대형급 행사가 잦은 시설은 시가 직접 관리하고 있으나 궁도장과 족구장, 배드민턴체육관 등 행사 유치 빈도가 낮은 시설은 각 종목 체육단체에 관리를 맡기고 있다.

시설의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해 5년 이내 범위에서 개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제천시 체육시설 관리운영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가 관리를 위탁한 체육단체 회원들은 경미한 시설보수나 소모품 비용을 자부담하면서 사실상 시설을 독차지하고 있다. 일반인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려면 수탁 체육단체와 협의해야 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설 수탁 체육단체와의 접점이 없는 시민은 연락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배드민턴 동호인은 "전용 체육관이 있다고 해 가봤더니 협회 회원 외에는 쓸 수 없다고 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송학야구장을 사실상 전용 중인 야구 동호인 단체는 지역 리틀야구단의 구장 활용 협의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야구 동호인 단체는 시와 이 야구장 관리위탁 협약을 하지 않았다. 리틀야구단 측이 권한 없는 단체와 야구장 이용 협의를 한 셈이다.

특히 제천 지역 27개 사회인 야구팀이 송학야구장과 금성야구장에서 연중 리그전을 진행하면서 전용하고 있으나 시는 지난 수년 동안 조례가 규정한 전용사용료를 한 차례도 징수하지 않았다.

전날 야구 동호인 단체와 야구장 관리 위수탁 협의를 시작한 시는 제천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관리위탁 협약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단체 전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제천 지역 체육시설은 인터넷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유료로 운영하는 탁구전용구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시 관계자는 "생활체육단체가 시설을 관리하고 경기와 대회를 지원하는 등 공익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어 전용사용료 부과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반 시민의 체육시설 이용 제약 문제점 해소를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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