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前용산보건소장 1심 집행유예…유가족 "유죄 선고, 당연한 결과"(종합)

기사등록 2025/08/20 13:11:55 최종수정 2025/08/20 14:50:24

최재원 전 보건소장, 참사 보고서에 도착시간 36분 일찍 기재

法 "충격적 사건 접하고 인지능력 떨어져"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유가족 "공직자들의 은폐·축소한 행위에 형사책임 인정"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해가 드는 모습이다. 2025.07.25. nowone@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한이재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지휘 책임을 다하지 않고 행적을 허위로 보고한 혐의를 받는 최재원 전 용산구 보건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20일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혐의를 받는 최 전 보건소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최 전 소장은 참사 당일 2022년 10월 29일 오전 0시6분께 이태원역에 도착했음에도 전날 오후 11시3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시 전자문서시스템에 입력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최 전 소장 측은 "최초 기안된 문서에 보건소 신속대응반의 출동 및 도착 시간이 없어 이를 기재하라고 했을 뿐, 최 전 서장의 도착시간을 특정해 지시한 적은 없다"며 "현장이라는 문구도 당시 사상자 수습이 이뤄지던 이태원 일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보고서 작성 지시를 받은 직원들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보면 허위 기재 사실이 명백하게 인정된다"며 지난해 11월 13일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직접 결재하지 않은 보고서 1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판결 무엇을 밝혔고 무엇을 놓쳤는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2024.11.08. xconfind@newsis.com
박 부장판사는 "함께 차를 타고 갔던 신속대응반의 출동 시각이 2022년 10월 30일 0시7분으로 기재됐으므로 같은 날 (피고인은) 29일 23시30분에 개별적으로 현장 도착이라고 기재된 게 사실과 다르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용인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각 범행은 엄중한 참사와 관련된 기록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가볍게 볼 수 없고 사고 피해자들과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많은 사람이 사망한 충격적 사건을 접한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위작이 이뤄졌다"며 "실제 현장 도착 시간과 허위 기재 도착 시간의 차이가 36분이고, 기재가 잘못된 점이 바로 밝혀져 범행의 사회적 위험성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부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유죄 선고는 당연한 결과"라며 "이태원 참사 발생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니지만, 참사 이후 공직자들이 참사의 진실을 은폐·축소한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태원참사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참사와 관련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예방·대비·대응·복구 과정 전반을 직권으로 조사하겠다고 결정했다"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공직자들이 은폐하려고 했던 진실과 책임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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