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19일 오후 초·중등학교 교사 정원 재조정 촉구
서울시교육청, 백브리핑 진행…"탁상행정식 교원 감축"
"초등교사 정원 감축률 1.7%로, 중등교사 정원 동결"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서울시교육청(교육청)이 19일 정부에 교사 정원 감축 재조정을 요청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지속적인 교사 정원 감축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2026학년도 초·중등학교 교사 정원 1차 가배정 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재조정을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올해보다 대폭 감소한 공립학교 채용 규모를 사전 예고한 바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도 공립 초등교사 선발 규모는 3113명으로 올해(4272명)에 비해 약 27%(1159명) 감소했고, 중등 교과 교사 선발은 올해(5504명)보다 13%(707명) 줄어든 4797명으로 예고됐다.
이 중 서울시교육청은 내년에 212명의 공립 초등교사를, 618명의 중등 교과 교사를 선발한다. 초등교사 선발 규모는 올해(265명)보다 53명 줄었고, 중등 교과 교사 모집 인원은 올해(808명)에 비해 190명 감소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 정부가 학생 수 감소는 곧 교사 정원 감축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교사 정원을 기계적으로 감축했음을 알 수 있다"며 "지난 5년간 전국의 교사 정원은 평균 1.1% 감축된 데 비해, 서울 교사 정원은 2배 이상 가파른 평균 2.6% 줄었다"고 밝혔다.
교원 감축은 맞춤형 교육과 교육 활동 보호를 강조한 정부의 정책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 교육감은 "학생에게는 맞춤식 교육을, 교원에게는 교권 보호를 위하는 정책과 법안을 제안하면서 정작 학교 교육의 근간인 교사 정원을 감축함으로써 정책의 지향점에 반하는 행보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예측되는 학생 수 감소라는 상황 때문에 미리 교원을 감축하는 것은 오히려 현재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교원 감축으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28.9%에 달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는 다문화 특별학급이 없어 학생 생활지도 및 학습 지도를 위해 교원 지원이 더 필요하나, 학급수가 감축돼 교육 구성원의 부담이 증가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올해 교사 정원이 지난해에 비해 5명 줄었지만, 학생 수는 같은 기간 40명 증가하면서 학교 교육 과정 편성과 운영에 혼란이 있었다. 학급당 학생 수도 지난해 20.3명에서 올해 25.1명으로 크게 뛰었고, 교원 정원 감축으로 교과별 수업시수가 증가해 교원의 업무 부담도 커졌다.
올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올해 교사 정원이 지난해보다 8명 줄며 학생의 희망 수요를 반영한 선택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외에도 교사 정원이 줄어 ▲기초학력 지원 ▲학생 생활지도 지원 등에 인력이 부족하거나 실효성 있는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 교육감은 구체적인 2026학년도 교사 감축률을 제안했다.
그는 "2026학년도에도 지난 3년간의 대규모 감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사실상 학교 교육활동은 황폐화될 것"이라며 "2026학년도 서울시교육청의 초등교사 정원 감축률은 1.7%로 낮추고, 중등교사 정원은 동결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은 국가의 책임이자 시대적 사명"이라며 "단순한 학생 수 중심이 아닌 미래 교육 수요 반영, 교육복지와 교육격차 해소,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 고려 등 질적 요인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들이 질 높은 공교육을 통해 차별 없이 각자의 가능성을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원 정책을 펼치고 이를 위해 교사 정원 확보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청 관계자들도 교육부로부터 받은 1차 가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상수 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같은날 초·중등학교 교사 정원 관련 백브리핑을 통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보다 교원 감축이 훨씬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의 중학생 수는 14만9411명으로 지난해(14만6766명)보다 1.8%(2645명) 증가했다. 반면 올해 교사 정원(9571명)은 전년(9809명) 대비 2.4%(238명)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학급수도 146개 감소하며 5705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는 2024년 25.6명에서 올해 26.2명까지 증가했다.
이 국장은 "이러한 감축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되면 굉장히 위험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 교육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일종의 탁상행정식 교원 감축"이라고 짚었다.
이어 "요즘에는 생활지도나 정서지도,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굉장히 증가하고 있고, 미래 역량을 키워야 해 수업과 평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며 "교원 수급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과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교육감이 제안한 '초등교사 정원 감축률 1.7%, 중등교사 정원 동결'을 두고는 "기초학력, 초등교사 정원, 다문화 학생 지원 등을 고려해 향후 1%대 정도의 감축이 이뤄지는 상황으로 갔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중등교사 정원 동결도 강하게 요청했다. 이 국장은 "학생은 증가했는데 교사를 줄이는 상황,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정착이 교원의 증원 없이는 어렵다는 점, 아이들의 기초학력과 최소성취수준을 보장, (교사가) 다(多)과목을 지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내년도 교사 정원이 확정되기 전 교원 정책 기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활용할 방침이다. 또 교육청은 향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서도 교사 정원 관련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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