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홈경기장 사용 요청하면서 지원 약속 뒷짐
시즌 끝나고 수개월째 구단 관계자 모르쇠 일관
신뢰 존중 등 구단 핵심 가치와 반대 행태
구단의 핵심 가치로 신뢰 존중 등을 강조하고 '연고지의 자부심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내세우면서 정작 구단의 행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1일 의정부시와 경민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KB손해보험'은 안전상의 문제로 의정부실내체육관 폐쇄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서 갑자기 홈경기장을 잃게 된 처지에 내몰렸다.
홈경기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다급한 상황에서, 지역 내 구장을 물색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기존 홈경기장 근처 경민대의 협조를 얻어 경민대 체육관을 임시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2024-205 시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경민대 측은 체육관 사용에 대한 연간 계획이 세워진 상태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 등 민원까지 고려해야 해 고심이 컸지만, 의정부시 연고를 둔 'KB손해보험'을 돕기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KB손해보험'은 경민대 체육관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전광판, 음향 시설 사용료 지급 등을 약속했다.
특히 스포츠음료와 서브에이스 및 블로킹 1개당 1만5000원을 적립해 총누적 금액으로 대학의 필요 물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약 1700만원 규모다.
KB손해보험은 경민대 체육관을 사용하면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 홈경기 '경민불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시즌 1라운드 6위로 시작했던 성적을 24승 12패(승점 69), 리그 2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시설 사용료 외에 정작 경민대 학생들을 위해 지원하기로 했던 물품 지원은 시즌이 종료되고도 수개월이 넘도록 지키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민대 측이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심지어 문자 메시지까지 남겼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경민대 관계자는 "KB손해보험 배구단이 경민대 체육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대학도 큰 기쁨이었다"면서 "하지만 지난 시즌 약속을 모두 저버린 행태에 대해서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지역의 한 체육계 인사도 "동네 배구단도 KB스타즈 배구단처럼 하지는 않겠다. 결국 화장실 들어갈 때하고 나올 때 다른 것 아니냐"며 "경민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떠안고 어려울 때 도와줬더니 시즌이 끝났는데도 이른바 배째라 하는 못된 태도는 배구단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B스타즈 배구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승리와 감동을 약속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명문구단 도약을 통해 정상을 향한 원대한 도전, 팬과 연고지의 자부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구단주의 인사말이 게시돼 있다.
KB스타즈 배구단은 고객 중심, 신뢰 존중 등을 구단의 핵심 가치로 소개하며 명문구단을 자처하고 있지만, 결국 경민대와의 신뢰를 저버린 구단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KB손해보험 배구단 관계자는 "지원 이행이 지체된 건 사실이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음료의 경우 배구단이 후원 받는 것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후원을 받지 못해 늦어졌다"며 "홍보 효과를 위해 올해 시즌 개막 일정에 맞춰 지원 물품을 전달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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