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대 260건에 30만원'…배민, 고강도 배달 미션
"밥도 잠도 없이 배달 67건…사측은 개선 의지 없어"
온열질환 호소 90% 넘는데…산안법도 '라이더 제외'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울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7월. 배달 노동자들은 폭염에도 쉼 없이 오토바이를 탄다. 일할수록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지만, 플랫폼사는 아랑곳 않고 노동자들을 더 몰아붙인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일부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260건의 배달을 달성하면 30만원을 지급하는 폭염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67건, 시간당 약 2.8콜을 처리해야 가능한 수치다. 잠도 못 자고 밥도 거르며 일한 대가는 하루 7만5000원가량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사가 프로모션이라는 이름 아래 '폭염 속 죽음의 배달'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에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성배 라이더유니온지부 서울지회장은 "폭염 속 배달 노동의 위험성은 5년째 제기돼 왔지만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산재 1위 현장에서 사고로 다치고 숨지는 라이더가 부지기수지만 플랫폼사는 개선 의지가 전혀 없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규제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 '배달라이더 긴급 폭염 실태조사'(응답 102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83.3%가 폭염 시기에도 근무한다고 답했다. 폭염 중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등 온열질환 증상을 느꼈다는 응답은 90.2%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62%는 잠시 휴식 후 다시 일했고, 17.4%는 쉬지 않고 계속 일했다고 답했다. 증상 인식 즉시 근무를 중단한 이들은 17.9%에 불과했다.
또 폭염시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이 오는 17일부터 시행되지만,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노조는 이날 정부에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안전운임제(최저보수제) 도입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라이더 자격제 및 대행사 등록제 도입 ▲24시간 위성항법장치(GPS) 감시 등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4대 의제를 제안했다.
마침 이날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쉴 틈 없이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발언을 이어가던 라이더들은, 플랫폼노동의 대표 격인 "배달라이더 안전 문제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플랫폼사가 하청업체를 늘리는 과정에서 하청사 등급제를 시행해 '노동자 쥐어짜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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