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배적 지위 남용했다며 과징금 부과
협의요율·특약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 쟁점
1·2심 코리안리 일부 승소…대법서 파기환송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양측의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계약이라 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설정한 구조라면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5일 코리안리재보험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12월 코리안리에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약 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코리안리는 1999년부터 국내 손보사들과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특약'을 체결했다. 일반항공보험은 산불진화·구조활동, 레저 등 목적으로 쓰이는 헬기나 소형항공기에 대한 보험이다.
항공보험은 리스크가 높아 재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손보사들이 '보험사의 보험사'인 재보험사와 다시 계약을 맺고 보상책임의 일부를 '출재(出再)'해 넘기는 것이다. 당시 항공재보험에서 코리안리의 시장점유율은 약 88%에 달했다.
또 항공보험은 재보험 뿐만 아니라 재재보험 가입까지 이뤄지는데, 코리안리는 자신이 수재한 재보험료의 약 70% 가량을 대부분 해외 재재보험으로 출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해외재보험사는 코리안리와의 재재보험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1993년부터 국내 재보험 시장이 해외에 전면 개방됐는데도 코리안리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보험사들과 특약을 맺었으며, 해외재보험사의 요율을 가져다 쓰려고 한 손보사들에겐 특약 위반으로 향후 입찰 참가 등 불이익을 주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약은 손보사들에게 재보험 물량을 모두 코리안리에게만 출재하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2017년 관용헬기보험에서 A해외재보험사가 국내 손보사와 거래하려 하자 코리안리는 A사에게 철회를 요구하고 불응시 기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항공보험 재보험시장의 독과점 사업자인 코리안리가 협의요율 등을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봤다.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불공정 거래 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내용 중 2006년 이후 협의요율 의무에 대해선 위법성을 인정했지만, 특약의 자체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또한 다시 산정돼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협의요율이 자발적 합의라 하더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설정한 구조라면 남용 행위"라며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은 모두 적법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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