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 하이킹 코스와 전망대 검은색 카펫처럼 덮여
“서울 시민, 바퀴벌레와 빈대 이어 세 번째 불쾌한 곤충 꼽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서울 등 수도권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에 대해 영국 가디언도 “침입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이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며 한국 수도권의 러브버그 떼가 해충 방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30일 서울 시민들은 소위 ‘러브 버그’의 침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벌레는 한국 수도권 전역의 하이킹 코스와 도시 지역을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에는 인천 계양산의 하이킹 코스와 전망대가 곤충으로 인해 검은색 카펫이 덮여있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식적으로 ‘플레시아 롱기포스(Plecia longiforceps)’라고 불리는 이 곤충은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니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이런 별명을 얻었다.
수컷은 3~4일 만에 죽고, 암컷은 약 1주일 동안 살면서 습한 땅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원래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 류큐 제도의 아열대 지방에서 유래한 이 벌레는 한국에서는 2022년 처음 확인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산악 지역 주변의 기후 위기와 도시 개발, 그리고 기온 상승이 이 벌레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서울의 도시 열섬 효과로 인해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당국에 접수된 민원은 2023년 4418건에서 지난해 929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천시는 올해 하루에만 100건이 넘는 민원을 접수했다며 벌레 구제 방법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촉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서울시 당국은 공식 발표를 통해 “외모는 혐오스럽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곤충”이라고 밝혔다는 것도 전했다.
시 당국은 화학 살충제를 무차별 살포하면 다양한 다른 생물을 죽이고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꽃에 수분을 공급하고, 애벌레는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고 밝혔다.
러브 버그는 물지도 않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성충이 되어서도 많은 양을 먹지 않아 러브버그 자체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곤충을 표면에서 제거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야외 조명 주변에 빛 함정과 접착 패드를 설치하고, 곤충이 밝은 색상과 조명에 끌리기 때문에 야외에서는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을 것을 권고한다.
가디언은 하지만 시민들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주민의 86%가 생태학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벌레를 해충으로 간주하며, 바퀴벌레와 빈대에 이어 세 번째로 불쾌한 곤충으로 꼽았다.
정부 연구진은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 벌레 유충을 표적으로 삼는 곰팡이 살충제를 개발하고 있다.
성충의 수명이 짧아 약 2주간 격렬한 활동이 지속된 후에는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러브버그는 보통 7월 중순에 사라진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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