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인터내셔널 “2주 동안 1000명 이상 구금”
인권운동가 “전쟁 전보다 더 인권 상황 심각”…“도덕 경찰도 등장”
정보부 “마스크, 모자, 선글라스 과다 착용자” 등 스파이 식별 요령도 발표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12일간 이란을 공습한 뒤 휴전이 됐으나 이란 국내에서는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이스라엘이 군 지휘관과 핵 과학자들을 거의 동시에 살해하고, 공습에 앞서 방공망이 파괴된 데는 이란 내부의 조력자가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지트저널(WSJ)은 28일 이란 공습 이후 이란에서 ‘처형, 체포 그리고 편집증’의 돌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안군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검문소를 설치하고, 두더지를 사냥하고, 주민들에게 이웃을 감시하고 스파이를 조심하라고 지시하고 나서고 있다.
전쟁이 일단락된 후 이란의 신권 정치 지도자들과 보안군이 자국민을 상대로 전개하는 작전은 스파이 혐의자와 반체제 인사, 반대파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수도 테헤란 전역에 검문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은 이스라엘의 방공망, 핵 시설, 고위 장교 및 원자력 과학자에 대한 12일간의 공중전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사냥하기 위한 조치라고 WSJ은 전했다.
경찰과 정보요원들은 이미 수백 명을 체포했고, 매일 더 많은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무장한 준군사 경찰이 거리를 순찰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발이 묶이고 차량, 휴대전화, 컴퓨터가 수색당하고 있다. 정부는 최소 6명을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자로 인권 운동가이자 저명 야당 인사인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이란 국민의 상황은 전쟁 이전보다 지금 더 위험하다”며 “정권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이스라엘을 도운 혐의로 1000명 이상이 구금되었습니다.
이슬람 정권은 행동과 복장을 규제하는 엄격한 규칙을 시행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전쟁 중 테헤란을 떠났다는 한 여성(44)은 “도덕 경찰이 돌아왔다”며 “함께 있던 여성의 양말이 너무 비쳤다고 멈춰 세우고 검문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폭발성 드론과 기타 무기를 몰래 반입했고, 요원들이 이를 이용해 방공망을 파괴하고 군 지휘관과 핵 과학자 등 주요 표적을 사살했다.
전쟁이 끝나고 전화 통화를 한 많은 주민들은 직장으로 복귀하고 정상적인 삶을 재개하려고 하면서 테헤란의 분위기가 긴장되어 있다고 전했다.
국영 언론은 연일 새로운 체포와 무기 압수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당국은 24일 서부 도시 하메단에서 이스라엘 스파이 혐의로 24건의 고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메단의 공군 기지는 공습 첫날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적에게 정보, 사진, 영상을 전송하고 있었다고 한다.
1주일 넘게 차단됐던 인터넷 접속이 25일 복구됐지만 왓츠앱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식 경고는 여전히 유효했다.
정권은 이스라엘 스파이들이 대화 내용을 해킹해 정보를 빼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5일 이란 정보부는 주민들에게 의심스러운 전화를 신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보부는 스파이를 적발하는 방법과 요령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시민들에게 이웃의 심야 출입, 마스크, 모자, 선글라스의 과다 착용, 집 안에서 금속성 소리가 나는 등의 징후를 주의 깊게 살피라고 했다. 또한 스파이는 낮에도 커튼이 닫혀 있는 집에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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