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교환사채로 SK엔무브 지분 매입…왜?

기사등록 2025/06/26 14:25:00

자사주로 교환사채 발행…IMM과 사실상 지분 거래

소각 의무화 도입 자사주 활용, 가용 현금 부족 가능성

SK온 FI 지분도 회수하까…재합병 전망도 나와

[서울=뉴시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신임 총괄사장.(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2025.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장용호 총괄사장 부임 후 SK이노베이션의 첫 리밸런싱이 이뤄졌다. SK엔무브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인데 특히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방식이 눈에 띈다.

이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제도 도입 전에 자사주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현금 여력을 높이고 중복 상장 논란도 피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투자자(FI)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주식 1200만주를 8592억6000만원에 장외 취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장용호 총괄사장 취임 후 첫 리밸런싱으로 통한다.

장 총괄사장은 지난 19일 첫 타운홀 미팅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 및 수익성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재편해 나가겠다"며 "리밸런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IMM크레딧솔루션(ICS)이 SK엔무브 지분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IMM크레딧솔루션이 SK엔무브 지분을 사들인 것은 지난 2021년 7월이다. SK엔무브의 지분 40%를 1조1195억원(주당 6만9967원)에 매입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과 IMM크레딧솔루션의 주 계약 내용에는 5년 내 상장하고 내부수익률(IRR) 5.7% 이상을 달성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주목할 점은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다시 SK엔무브 지분을 매입할 때 자사주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 340만4104주(지분 2.25%)를 기반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지분 매입 자금 3767억원을 조달한다.

거래대상은 IMM크레딧솔루션의 특수법인 에코솔루션홀딩스이다. 이 교환사채의 주식 교환 가능일은 다음달 3일부터다.

이렇게 하면 IMM크레딧솔루션에게 SK이노베이션 주식 2.25%를 주고 SK엔무브 지분 30%를 4825억원에 사들이는 셈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말 현금성 자산은 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당장 SK엔무브 지분 매입을 이 현금으로 하기보다는 교환사채를 활용해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자사주 소각 제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상장사의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중복 상장 부담도 교환사채를 통한 지분 매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중복 상장 규제 기조가 본격화 할 방침이어서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 "재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지분 매입 방향이 교환사채 발행이라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향후 SK온 지분도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온은 MBK파트너스, 한투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등 FI들과 오는 2028년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 계약 조건에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주식을 팔 수 있는 공동매매 청구권이 포함돼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FI 투자금을 갚을 가능성이 높다.

또 자금 회수 후에는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 추진도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적자가 큰 SK온의 재무 개선을 위해 SK엔무브와 합병을 추진했지만 IMM크레딧솔루션의 반대로 무산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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