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이다. 사진이 아니다.
솜털 하나, 눈빛의 그늘까지 전부 붓으로 그렸다.
서울 신라호텔 지하 1층, 조현화랑 서울에서 강강훈 개인전이 7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이후 2년 반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200호 대작 4점과 인물·목화를 소재로 한 신작들이 소개된다.
화이트 큐브 공간을 세로로 가르는 구조물 위에 놓인 회화들은 각각 하나의 ‘초상’이자, 시간 속에 포착된 ‘기억의 장면’처럼 존재한다.
작가는 자신의 딸을 그린다. 그러나 이 회화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수백 장의 사진으로 표정을 기록한 뒤, 그 안에서 발견된 감정의 떨림과 정서적 교류, 생명의 흔적을 화폭에 새겨 넣는다. 정적인 화면 안에는 관계 속에서만 포착되는 움직임이 살아 있다.
함께 등장하는 ‘목화’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상징이다. 2022년 이후 반복해서 그려온 목화는 부드러운 솜과 견고한 잎의 이중성을 통해 존재와 부재, 유한성과 지속을 모두 품는다. 인물과 나란히 병치된 목화는 세대 간 흐름과 기억의 계보를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딸의 얼굴, 어머니를 상징하는 목화, 그리고 작품 속 빛과 바람은 세대 간 감정의 흐름을 은유한다. 이 회화들은 사적인 기록을 넘어, 보편적인 존재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 강강훈이 꾸준히 탐구해온 회화의 본질, 보이는 것 너머의 ‘느껴지는 것’은 이번 전시에서도 강하게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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