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정상회담…日총리 "양국, 동맹에 가까운 파트너"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필리핀을 방문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29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고 중국이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가운데 양국 간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본 공영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이날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가졌다.
특히 양 정상은 군사적 기밀정보를 서로 제공하는 정보보호협정, 필리핀군·자위대 간 연료·탄약 등 군수 물자를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동중국해, 남중국해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힘, 위압에 따른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이시바 총리는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바다로 연결된 이웃이자 함께 미국의 동맹국이다. 법의 지배라는 근간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안보, 경제, 방재 분야 과제도 공통된다"고 말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시바 총리는 "이제 일본과 필리핀은 동맹에 가까운 파트너가 됐다. 소중한 이웃과 유대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협력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관세 조치나 미국, 중국의 보복 응수가 세계 경제, 다각적 자유무역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베트남에 이어 필리핀을 방문했다.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안보 협력을 확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 조치에 대응을 조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대해 "강력하고 성실하게 평화를 구축한다는 우리나라 목표를 위해 일본은 다대한 지원을 해 줬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황금시대에 있다며 "민주주의와 규칙을 바탕으로 국제질서 유지라는 우리들의 이상, 염원을 공유하는 일본과 강건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리핀과 일본은 서로 양국 관계를 준동맹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에게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6월 이후 미국을 포함한 미국·필리핀·일본 3국 관계를 강화해 왔다.
이번 마르코스 대통령, 이시바 총리의 회담에서도 미국을 포함한 3국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ACSA를 체결할 경우 필리핀군, 자위대 공동훈련시 필요한 절차를 간략화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ACSA를 체결하고 있다.
필리핀과 일본은 지난해 7월 필리핀군과 일본 자위대 연합훈련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상호접근 협정'(RAA·일본명 '원활화 협정')도 체결했다. 조기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보보호협정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을 후보로 상정하고 있다. 서로 얻은 정보를 제3국에 유출하지 않는 것 등을 협정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일본은 한국, 미국, 호주 등 10여개 국가 및 기관과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있다. 필리핀과 체결하면 동남아시아 국가 중 첫 사례다.
필리핀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지소미아를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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