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4명 중 1명 수업 듣는데 다시 '증원 0명'…사실상 백기

기사등록 2025/04/17 13:05:00

교육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발표

입시 일정, 복귀자 보호, 추가 복귀 유도 고려

일각선 "전원복귀 아닌데도 동결은 비난 마땅"

교육부 "아이들 위한 결정…굴복한 것 아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2025.04.1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가 미진한 상태에서도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정하면서 또다시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복귀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7일 브리핑에서 3월 말까지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5058명에서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수업 참여율은 40개 대학 평균 25.9%에 그친다. 대학별로 편차는 있지만 수업 참여율이 30%가 넘는 학교는 14개교에 불과하다. 수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저조한데도 의대 모집인원을 조정한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입시 일정과 복귀자 보호, 망설이는 학생 복귀 유도 등을 꼽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입시를 4월 30일까지 확정해야 하고 다음주 집중적으로 본과 3,4학년 유급이 발생하는 시기여서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며 "이미 들어온 학생도 보호하고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돌아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의하면 전체 의대생 중 30% 정도가 복귀를 희망하고, 30% 정도는 수업을 거부하는 강경파이며, 나머지 40% 정도는 눈치를 보는 중도 성향이라고 한다. 의대생은 교육·수련과정 특성상 고학번이라고 하더라도 수련 과정 진입 시기가 늦어지면 후배보다 저연차 전공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참여율이 40% 정도가 되면 추세적으로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교육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수업에 복귀한 학생을 대상으로 신상공개 등 압박과 회유가 진행되고 있는데, 의대 모집인원이 5058명으로 늘어나면 복귀자에 대한 공격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058명 결정에 따라 복귀한 학생들의 추가 이탈, 복귀 예정이었던 이탈자들의 복귀 포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정부 내 동력이 사라진 것도 이번 조정 결정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교육부 입장과 별개로 의정갈등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공의 사직 불허와 불응 시 행정처분을 예고했지만 사직은 수용됐고 복귀 여부에 관계없이 행정처분도 철회했다.

지난해 전공의 모집 과정에서는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연차, 동일 과목에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도 완화하는 특혜를 제공했고 올해 초에는 사직한 전공의가 복귀하면 수련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는 병역 특례를 제공하기도 했다.

의대생의 경우 지난해에는 학사 유연화를 통한 집단휴학을 허용했으며 올해도 등록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 다른 전공 대학생들은 꿈도 못 꿀 특혜를 안겼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의대생들 복귀를 위한 제스처로 이번에 모집인원을 조정했겠지만, 약속했던 것과 달리 전원 복귀한 것도 아닌데 동결해버리는 건 정부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의대생 투쟁의 산물이 아니다.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교육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정부가 굴복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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